2007년 12월 29일 오전

이날 오전에는 샤울리바잘을 출발하여 New Bridge 까지 걸었다. 트랙

1. Syauli Bazaar(7:43) - Siwai(9:12)

아침에 날이 밝자 멀리 Machhpuchhre 가 보인다. 출발하기 전에 단체로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배경으로 햇볕을 받아서 반짝이는 Machhpuchhre가 들어가야 할 터인데 노출을 어디에 맞추어야 할 지 알수가 없다. 단체 사진을 찍고 7시 43분 출발하였다. 한참을 올라가도 동네는 계속 나오고 드디어 안나푸르나 영봉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곳은 등산로라기 보다는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길이다. 급경사를 일구어서 논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다랑이 논하고는 그 규모에서 차원이 달랐다.

2. Siwai(9:34) - 시냇가(11:8), 시냇가(11:23) - New Bridge(12:00)

한 시간 반 정도 걸었나 보다. Siwai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고 계속 길을 걷자 안나프르나가 더욱 가까이 다가 오면서 민가와 어루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계곡 너머에 꽤 큰 동네가 있었는데 Lundruk이라 하였다. 이 곳 역시 가파른 비탈을 일구어서 만든 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점심 식사 장소인 New Bridge 조금 못 미쳐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였다. 길가에는 야생화가 많았는데 인동과에 속한다는 꽃 하나가 매우 특이하였다.

이날 오후에는 New Bridge를 출발하여 Chomrong까지 걸었다. 트랙

3. New Bridge(13:07) - 물레방아(13:55), 물레방아(14:05) - Jhinu Danda (14:30)

New Bridge에서 점심을 하였는데 알고 보니 식량뿐 아니라 그릇 등 식기류까지 포터들이 짊어지고 오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우리가 식사하면 재빨리 설겆이하여 짐을 꾸리고 우리보다 먼저 다음 식사 장소에 도착하여 미리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서 식사할 때 깔 수 있는 판초 하나와 산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숟가락을 하나 들고 왔는데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New Bridge를 떠나서 산허리를 한 번 휘감자 자그마한 동네가 나타났다. 길 양편에는 우리 눈에도 익숙한 녀석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 곳에는 제주도 고산지대에 자라는 설앵초와 비슷한 녀석도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현재 이 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이다. 길은 내리막으로 바뀌어 계곡에 다다랐다. 계곡에는 물레방아가 있었고 마침 술을 빚고 있었는데 맛과 향이 좋았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올라가야 한다. 조금 오르자 방금 지나온 동네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Jhindu Danda 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물건 파는 아줌마 솜씨가 일품이었다. 나도 10불짜리 소리나는 물건을 하나 샀다.

4. Jhinu Danda (14:52) - Chomrong (16:40)

여기서부터는 정말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고 이 곳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듣자 하니, 내일은 다시 계곡까지 내려가야 한단다. 이들은 왜 계곡 따라서 길을 내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농사에 필수적인 일조량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이 나왔다. 비행기가 카트만두에 다가설 때에도 아래를 내려다 보니 산 능선에 동네와 길이 보였는데, 바로 이런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트레킹의 첫 숙박지인 Chomrong 은 상당히 큰 동네였다. 마침 무슨 마을 잔치가 있었는지 스피커에서는 요란한 소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롯지는 거의 산 꼭대기에 있었는데 덕분에 조망이 일품이었다. Annapurna South, Hiunchuli, Gangapurna, Machhpuchhre 가 나란히 도열하여 우리를 맞아 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 그림자는 깊어가고 봉우리들은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촘롱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활홀경이었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삼태성과 오리온 별자리는 손에 잡할 듯이 빛나고, 은하수는 폭포수를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 대학 1학년 때인가 설악산에서 캠핑을 하다가 은하수를 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장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별을 찍어 보려고 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안나푸르나 전체의 지세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안나푸르나 지도를 보면 전체 모습은 마치 커다란 밥그릇을 연상시킨다. 밥그릇의 배꼽에 해당하는 Annapurna Base Camp(ABC)를 중심으로 남남서 방향에 Hiunchuli(6441), 시계방향으로 Annapurna South(7219), Fang(7647), Annapurna I(8091), Khangsar Kang(7485), Tarke Kang(Glacier Dome)(7202), Singu Chuli(6501), Gangapurna(7454), Annapurna III(7555), Gandharba Chuli(6248), Machhapuchhre(6993) 등이 뺑둘러 서 있다.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해안면에 있는 펀치볼로 유명한 분지지형과 유사한 느낌이다. 이 밥그릇에는 손잡이도 하나 달려 있는데 동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에는 Annapurna IV(7525), Annapurna II(7939), Lamjung Himal (6932) 등이 버티고 서 있다.

이 분지지형에서 물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곳이 딱 하나뿐인데, 바로 Hiunchuli와 Machhapuchhre 사이의 계곡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Chomrong 에서 보는 경치는 이 밥그릇을 바깥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제일 왼쪽에 Annapurna South, 그 오른쪽에 Hiunchuli, 그 오른쪽에 계곡이 있는데 계곡 사이로 멀리 밥그릇 안쪽의 Gangapurna, 그리고 가까이에 Machhapuchhre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는 ABC를 향하여 계곡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마치 안나푸르나 속살을 파고 든다고나 할까..

이날 찍은 또 다른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