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 떠나기 전에: 2008년 1월 2일 씀

오늘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골골하느라 정말 킬리만자로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이젠 예방주사까지 맞았으니 투자한 게 아까워서라도 가긴 가야겠다. 사흘간 운동을 삼가라니 이번 일요일 또 청계산을 빠져야 하나 보다. 말라리아 예방약과 고산 증세에 특효인 비아그라 처방도 받았다. 도상 훈련을 좀 해 보자.

1/19(월): 마지막 Meeting이 있는 날이다. 카고백도 받고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을 해야 한다. 등산 장비는 웬만큼 준비된 듯 하고, 이날 시내 나가서 카메라용 밧데리도 좀 사야 할 것이다. 현지에서 충전을 하려면 시간도 걸리거니와 만만치 않은 일이므로, 서울에서 수요일 출발하여 등산을 마치는 그 다음 주 목요일까지는 전기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더군다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떨어지면 밧데리 성능도 같이 떨어지니까 밧데리를 상당량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랜턴이나 GPS용 밧데리는 집에 있는 걸 가져가면 될 듯 하다. 메모리는 있는 걸 몽땅 가져가면 24기가니까 충분할 테고.. 참, 카메라 점검도 해야 한다. 이날 회의가 이것 말고 또 있을 듯 한데 바쁜 날이 될 듯 하다. 떠나기 바로 전에는 먹을 것이라던가 물티슈 같은 것도 사야 한다.

2/4(수): 집에서 오후 2시 정도 나가면 공항에는 3시 30분 집합시각에 늦지 않을 것이다. 집에서 공항 버스 정거장까지는 걸어서 3분 거리이긴 한데 큼지막한 카고백을 어떻게 배낭과 함께 메고 갈 지 걱정이다. 지난번 안나푸르나 갈 때에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좀 요령껏 짐을 싸야겠다. 등산 중에는 입은 채로 몇일씩 버티고 등산 후에 빨래를 하면 짐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아주 춥지만 않다면 옷은 가볍게 입고 나가는 게 좋을 테고... 등산화는 카고백에 넣고 등산 샌달 하나로 버틸 작정이다. 저녁 5시 30분발 방콕행 비행기를 타면 밤 9시 도착이다. 시차가 2시간이니까 실제로는 5시간 30분 걸리는 셈이다.

2/5(목): 방콕에서 00시 50분발 나이로비 행 비행기를 타면 새벽 6시 10분 도착이다. 시차가 4시간이니까 실제 소요 시간은 9시간 20분이다. 비행기에서 잠을 푹 잘 수 있어야 하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면 버스 타고 남으로 달려서 국경을 넘어 탄자니아의 Arusha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는다. 이날과 다음날은 모기를 조심해야 한다. 나이로비가 이미 적도 이남이기 때문에 (남위 1도 14분) 육상에서 적도를 넘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2/6(금): 드디어 등산 시작이다. 우선 버스를 타고 Machame Gate(1800)에 도착하여 입산 신고를 마치고 등반을 시작하여 7시간 가량 산행하여 Machame Camp(3100)에서 첫 야영을 한다. 열대 우림을 통과한다. 열대우림은 해발 2800에서 끝나고 4000까지는 관목지대라고 한다. 날씨 참조. 표고차가 1300이니까 지난 여름 갔던 화악산을 생각하면 딱인데, 아직 고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2월은 건기 마지막 기간이고 날씨도 따뜻한 편이어서 킬리만자로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산행 코스를 미리 좀 보자.

2/7(토): 계속 오른다. 목표는 Shira Camp(3840)이니까 표고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고소 걱정을 좀 해야 한다. 지난번 안나푸르나에서는 MBC(3900)에서 고소를 경험했으니까... 소요시간은 7시간. 이 날은 출발 전에 컨디션 보아서 비아그라를 한 알 먹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상태가 좋더라도 다음 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Shira에서 자기 전에 한 알 먹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 몸뚱아리 천천히 움직이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아래 그림은 등산로를 따라서 해발 100m 간격으로 waypoint를 표시한 것인데, Machame를 출발하여 상당히 가파르다가 Shira 에 가까이 가면 경사가 좀 완만해진다.

2/8(일): 이 날은 트레킹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다. 일단 Lava Tower(4630)까지 올랐다가 다시 고도를 낮추어 Barranco Camp(3950)에서 야영한다. 오르막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내리막은 경사가 급하다. 고소에 적응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높은 데 올랐다가 수백 미터 내려와서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기준에 딱 알맞은 코스이다. 소요시간은 7시간이라지만 지도를 보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해발 4000이 넘어가면 소위 고산 사막 지대이다. 연간 강우량은 250 mm정도이고 하루 중에도 온도차가 최고 섭씨 50도 이상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2/9(월): 오늘은 고소 적응 기간이다. 4시간 정도 이동하여 Karanga Camp(3930)까지 가는데 표고차는 300m이내이다. 이 날은 우리 달력으로 정월 대보름이다. 만월 시각이 그리니치 시각으로 14:51이니까 현지 시각으로는 17:51이고, 따라서 이날 밤에는 제대로 보름달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2/10(화): 오늘도 고소 적응 기간이다. 역시 4시간 정도 이동하여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캠프인 Barafu Camp(4600)까지 간다. 밤 10시에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니까 오후에 잠을 자야 한다. 밤 10시에 일어나면 아직은 둥근 보름달이 떠 있을 것이다.

2/11(수) 새벽: 드디어 정상을 향하는 날이다. 밤에는 영하 18도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1월과 2월은 연중 가장 따뜻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춥지는 않으리라. 바람만 잔잔하다면.. 지난번 야간 산행 훈련에서 들은 딱 한가지 주의 사항은 "천천히".. 제대로 올라간다면 정상(5895)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상까지 7시간인데 올라가는 도중 내내 둥근 달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상은 분화구 주위를 에워싸는 능선 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므로 밋밋할 것이다. 다만 분화구 주위의 능선까지 가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위 지도를 보면 경사가 거의 40도는 되어 보인다. 그러나 일단 5700을 넘으면서 분화구 능선에 올라서면 경사가 별로 없다. 정상에서 분화구까지 가는데 편도 40분이라지만 계획에는 없다. 혹시 다녀올 수 있을지..

2/11(수) 낮: 내려오는 길은 매우 빨라서 7시간이면 해발 3100 인 Wmeka Camp까지 내려와서 마지막 야영을 한다. 해발 5000 이상은 소위 극 기후 지대이다. 연간 강수량은 100 mm정도이고 밤에는 아주 춥지만 해가 뜨면 덥다. 산소 농도가 해수면에 비하여 반 정도이다. 킬리만자로에서는 매년 천명 정도가 evacuate되는데 (구조? 하산? 강제 하산?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는 잘 모르겠다) 열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고소병이다. 마음을 비우고 오르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도로 내려오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이도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2/12(목): Wmeka Camp를 출발하여 하산 완료하면 Arusha에 돌아와서 하루 묵는다. 짐정리를 해야 할 테고, 다시 모기를 조심해야 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씻을 수 있을 테고, 빨래도 좀 해야할 지 모른다. 이쯤이면 술 한 잔 할 수 있을 것이다.

2/13(금): Arusha 서쪽에 위치한 Ngorongoro국립공원을 방문하여 하루 묵는다. 이틀간 우아하게 관광을 하게 된다. 아마도 큰 짐은 호텔에 두고 배낭만 메고 다녀 오지 않을까 싶다.

2/14(토):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Arusha 에 되돌아 와서 하루 묵고 떠날 준비를 한다.

2/15(일): Arusha를 출발하여 나이로비에 도착하여 하루 묵는다.

2/16(월): 아침에 9시 30분 발 비행기를 타면 방콕에는 23시 35분에 도착한다. 9시간 5분 걸린다. 적도 지방에도 편서풍이 있는지 갈 때 비하여 15분 단축이다.

2/17(화): 방콕에서 새벽 1시 30분 비행기를 타면 서울에 8시 50분 도착이다. 5시간 20분 걸린다. 이 날 시차 적응을 잘 하려면 나이로비에서 방콕 오는 비행기에서는 잠을 자지 말고 서울 오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게 상책일 듯 하다. 집에 오면 오전 11시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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