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보니 잠을 좀 자긴 잔 모양이다. 머리 아픈 건 아주 심한 단계는 지나간 것 같다.
킬리만자로는 다시 구름에 덮히는 중인가 보다. 반대편에는 메루산이 솟아 있고 그 사이 들판이 보였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잠을 좀 자긴 잔 모양이다. 머리 아픈 건 아주 심한 단계는 지나간 것 같다.
킬리만자로는 다시 구름에 덮히는 중인가 보다. 반대편에는 메루산이 솟아 있고 그 사이 들판이 보였다.
어제 저녁도 그랬지만 아침 먹기가 힘들었다. 뭐 특별히 뱃속이 나쁜 건 아닌데 뭘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강대장이 준비한 숭늉이 큰 힘이 되었다. 이 때부터 나는 국 떠먹으면서 밥 몇 숟가락 먹고 밥그릇에는 밥을 두 숟가락 정도 남겨둔다. 숭늉이 오면 이 밥그릇에 물만 부어서 후루륵 마시는데 어떨 때는 밥은 넘어가지 않고 물만 넘어간다. 듣자 하니, 일행 중 어느 분은 두통약을 하루 세번 먹는단다. 나도 세 번으로 늘려야겠다. 아침마다 먹을 약도 많아진다. 두통약, 고소에 좋다는 발기부전치료약, 말라리아약, 여기에 얼마전에 처방받은 콜레스테롤약.
심한 두통은 없어지고 좀 견딜만 하였다. 오늘 4650에 있는 Lava Tower 까지 올랐다가 다시 3900까지 떨어져서 야영을 하게 된다. 어제와 같은 완만한 경사를 계속 오른다. 한 시간쯤 되었을까, 속이 좀 울렁거린다 싶더니만 옆으로 돌아서자마자 그냥 그냥 토해버렸다. 그나마 아침에 겨우 넘긴 밥알 몇 개가 아깝게도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땅에 떨어진 밥알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일행 한 분이 등을 두드려 주니 좀 견딜만 하다. 카메라는 압수당하여 일행 배낭 안에 들어가 버렸다. 부슬비는 계속되는데, 한번을 더 토하고서야 점심 장소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점심에는 과일 외에는 아무 것도 입에 댈 수 없었다. 이 곳은 Lava Tower로 가는 길과 Barranco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아직도 해발 200 이상 올라가야 Lava Tower에 닿는데 바로 내려가면 안될까 싶었으나 전원 Lava Tower 까지 가야 한단다. 조금 더 오르자 갑자기 평평한 대지가 나타나고 그 위에 킬리만자로가 구름 속에 있었다. 기가 막힌 경치였으나 나에게는 카메라가 없었다. 해발 4000이 훨씬 넘는 이곳까지도 간간이 풀들이 나고 꽃이 피어 있었니만 물론 카메라는 돌아와 주지 않았다. 평평한 길이 끝나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는데, 저 멀리 Lava Tower로 짐작되는 곳이 보이고 텐트도 보였다.
Lava Tower에 올라서서 고도를 보니 해발 4648이다. 우리가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게 되는 마지막 캠프인 Barufu와 거의
비슷한 고도이다. 따라서, 이 곳을 거치는 것은 고소 적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곳은 전체 지형으로 보아 한라산 윗세오름과 비슷한 장소이다. 완만한 경사가 끝나고 화구벽을 향하여
치올라가는 출발점인 것이다. 실제로 이 곳에서 하루 야영하고 빙하를 통과하여 정상에
오르는 코스도 있는데, 텐트도 몇 동 보였다. 부슬비는 눈발로 변하여 간간이 뿌리고 있었다.
Lava Tower를 넘으면 이제 내리막길이다. 카메라를 돌려 받았지만 사직 찍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도 생명은 자라고 있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풀들이 있었고 그 끝에는 꽃을 달고 있었다. 대충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냥 셔터를 눌렀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지나고 눈이 아주 살짝 덮힌 길을 지나니 슬슬 날이 개기 시작하였다.
우리 텐트가 위치한 곳은 계곡 안인데 해발 3970이다. Barranco는 지형이 단순한 화산에서
그나마 지형이 좀 복잡한 곳이다. 그만큼 풍광이 수려하였다. 산을 올려다보면
오른편에 어마어마하게 길고 높은 절벽이 있는데 Barranco Wall이라고 한다. 내일 저 Wall을 넘어
Karanga로 가게 된다. 왼편에는 좀 완만한 계곡 경사면이 있는데 기묘하게 생긴 Dendrosenecio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제 두통약을 하루 세번 먹어서 그런지 머리 아픈 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데
뱃속이 문제였다. 토하기 전과 같은 울렁거리는 증세는 없어졌는데 배가 계속 쓰리고 아팠다.
혹시 뱃속이 텅 비어서 이런 건 아닐까.. 뭘 좀 먹을 것 같다가도 음식만 보면 먹기가 힘들었다.
저 아래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방금 내린 눈으로 치장한 화구벽이 보인다.
길은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자갈길이고 경사도 꽤 되었지만 내리막은 내리막이다.
도중에 폭포를 하나 만났다. 이 곳을 지나면서 식물 이야기 하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은 Dendrosenecio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