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쁘다. 새벽 4시에 모닝콜, 4시 50분에 집합하여
공항에 가니 아직도 깜깜한데 공항 청사문도
열려있지 않아 밖에서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오늘은 안개가 끼지 않아서
그나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까지 가는 버스는 공항 활주로 옆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비행기가 서 있는 쪽으로 이동하였다. 비행기에 오르니
모든 승객이 창가에 앉을 수 있는 구조이다.
즉, 양쪽 창가를 따라서 한줄로 의자가 쭈욱 있는 구조이고 승객은
스무명이 채 안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왼쪽으로 높은 산들이 보이는데
비행기 날개와 프로펠러가 창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지라
그 사이로 감질나게 산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예 비행기 맨 뒤로 이동하여 짐 위에 걸터 앉았다.
잠시 후, 비행기는 좌로 방향을 틀어서 높은 산을
향해 날기 시작한다. 좀 있으려니
비행기는 높은 산들 사이 계곡으로 들어갔는데
조종석 앞으로 보이는 창문을 보니 비행기 정면에
높은 산이 떠억 버티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잠시 후 비행기 앞에 활주로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바로 착륙하였는데
앞을 보니 높은 축대가 비행기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비행기는 거의 축대 앞에서 방향을 틀어 계류장으로 들어간다.
이 비행장은 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면 오르막을 거슬러 정지하게 되고
뜰 때에는 내리막을 달려 가속을 하는 모양이다.
수년전까지는 활주로 포장조차 되어 있지 않아서
돌멩이가 튀는 등 지금보다 더 험했었다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히말아야 쪽으로
멋진 봉우리가 하나 솟아 있었다.
콩데리(Kongde Ri, 6187)라고 한다.
내일 모레 우리가 가야할 남체 바잘이라는
마을이 바로 저 산 너머에 있다.
드디어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내가 들고 있는 GPS로 보니
공항 바로 위에 있는 트레킹 출발지점은 2,874로 이미
2,800 이 넘으므로 고소가 올 수도 있다.
길은 대체적으로 내리막이면서 평탄하였는데, 약간 경사를
오르려니 아니나 다를까 뒷골에 뭔가 이상이 느껴졌다.
이번 트레킹의 경우 짐은 주로 야크들이 져 나르는 모양이다.
야크들은 카고백 두 개와 자기들이 먹을 양식을 등에 지고 걷는다.
이 날 도착한 팍팅에 있는 롯지는 새로 지어서 그런지
매우 깨끗하였는데, 특히 우리들을 감격시킨 건 방에
화장실이 달려 있다는 것이였다.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
화장실이 붙어 있어야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정말 중요하다. 고소에 적응하려면 물을 많이
먹고 소변을 자주 보아야 한단다. 그러니, 화장실이
멀면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뭏든 이날 묵은 숙소는 비행장보다도 낮은 해발
2,627이고 밥도 잘 먹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여 비아그라 하나
챙겨 먹었다. 약을 5시에 먹었는데 코가 좀
막히긴 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