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트레킹 둘째 날이다. 이날은 계곡을 따라 걷다가
깔딱고개 하나 올라서 남체바잘까지 간다. 첫번째 고소 주의 구간이다.
오전 중에는 계곡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다. 걷는 중간에 오른쪽으로
탐세르쿠(Thamserku, 6618)가
보였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좀 더 가니 우리가 올라야 할 남체 바잘 뒷산 격인
쿰비율라(Khumbi Yul Lha, 5761)가
보이고 그 아래 거대한 흙 언덕이 보이는데
아마도 저 언덕을 올라야 하는 모양이다.
국립공원 체크포인크를 지나 점심에는 국수가 나왔는데 난 두 그릇 반이나 먹었다. 오후에 급한 경사를 오를 게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두는 것이 상책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급경사 시작까지 한 시간은 가야 하니까 그 동안 어느 정도 소화도 될 것이다.
식사하고 계속 계곡을 따라가니 드디어 지도에서 보던
합수곡이 나왔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면
바로 우리가 가려고 하는 쿰부 빙하에 다다르게 된다.
남체는 바로 이 합수곡 위에 있는 마을이다.
합수곡에서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급경사가 시작된다.
급경사를 어느 정도 오르자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두통약 하나 챙겨먹었다. 점점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진다.
난 머리가 좀 띵하긴 하지만 걷는 건 문제없다.
이윽고 남체 바잘에 도착하였다. 이런 깊은 산중에 이렇게 큰 마을이 있을 줄이야. 우리가 묵을 곳은 남체 호텔인데 말 그대로 호텔이었다. 방도 널찍한 편이고 전기 플러그가 있으니 이런 저런 충전도 할 수 있었다. 더운 물도 나오므로 샤워를 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난 이것만은 사양하였다. 저녁도 풍성하였고 약간 골치가 아프긴 하지만 먹는 건 문제 없었다. 식사 후에 술들을 좀 마시는데 난 혓바닥만 살짝 대고 말았다.
저녁 9시부터 잠이 든 것 같은데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이다. 그런데 골치도 아프거니와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음, 이럴 때 먹으라고 소위 혈관 확장제가 있는 것로구나 생각하며 비아그라 한 알 먹고 두통약도 같이 먹었다. 좀 지나니까 심장 박동 소리는 좀 잠잠해지는데 머리는 계속 아프다. 좀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