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하여 남체 바잘에서
하루를 더 머무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콩데리(Kongde Ri, 6,187)가
그 위용을 뽐낸다. 고소 적응을 위하여 해발
3,800까지 올라가서 에베레스트를
멀리서 바라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게 된다.
어젯밤 약을 먹은 덕분인지 컨디션은 양호한 편인데,
아침을 잘 먹고 나니 두통이 온다. 이거 참
약발 듣는 시간이 너무 정확하다. 두통약을 다시 하나 먹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는
동네 골목길을 가는 것인데 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몇 구비 오르니 동네가 저 아래 보이고 콩데리가
우리를 압도한다. 날씨는 구름이 약간 끼었다.
두 시간쯤 오르니 상보체라는 작은 동네가 나오는데
이곳에도 비행장이 있었다. 루클라처럼 경사진
활주로가 있었는데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들은 활주로를 가로질러 에베레스트가 보인다는 지점으로 계속
올라갔다. 드디어 에베레스트 뷰 호텔(3,885)에 도달하였으나
7,000 이상의 봉우리들은 구름에 가려 있었다.
세계 3대 미봉 중의 하나라는
아마다블람(Ama Dablam, 6812)이
바로 코 앞에 있었는데, 정상 바로 밑에는 등정을 하는
사람이 보였다. 이 산은 비록 6,000 급이지만 워낙
산세가 험하여 에베레스트보다 오히려 오르기 힘들다고 한다.
내일 가야 할 텡보체도 바로 눈 앞에 보였다. 역시 능선 꼭대기에 있는 동네이다. 내일은 남체 바잘을 떠나면 조금 오르내리다가 계곡까지 떨어져서 계곡을 건너고 다시 능선까지 오르게 된다. 남체바잘로 돌아오는 내리막은 정말 아찔한데, 눈이 좀 내리고 있었다.
남체 바잘은 에베레스트 지역에 들어가려면 필수적으로
거치게 마련인 마을이다. 등산 장비를 파는 가게들도 많고
롯지도 많다. 예전에는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과
교역로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막았다고 한다.
동료들은 등산에 필요한 쇼핑도 하고 무슨 박물관도 가 보는 등 오후를 보냈으나
난 그냥 자기로 했다. 예전 경험에 의하면
고소 적응에 잠이 가장 보약이 아닌가 싶다.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 잠이 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동료가 깨우는데
이건 또 다시 두통이다. 약을 먹고 식사를 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오늘 점심과 저녁 식사는 식욕이 땡기지는
않지만 억지로 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