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마을 옆산이라 할 수 있는
콩데리(Kongde Ri, 6,187)는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숙소 식당에서 봉우리에 비치는 햇살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어제 저녁보다는 컨디션이
양호하다. 남체는 상당히 급한 경사면에 있는 마을이라
이 동네를 떠나려면 급경사를 오르거나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 마을 골목을 벗어나자 눈덮힌 마을이 높은 설산을 배경으로
한폭의 동양화가 되어 주었다. 길은 거의
등고선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는데,
우리가 가는 길 왼쪽은 어제 올랐던
윗 마을로 연결되는 급경사면이고, 오른쪽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급경사면이다. 도중에 야크를 만나면 반드시 벼랑 반대쪽에
붙어 서라는 주의 사항이 전달된다.
몇구비를 돌자 멀리
우리가 가는 방향에 설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길다랗게 누워있는 능선은
눕체(Nuptse, 7861),
그 뒤에
에베레스트(Everest, 8848)가 보이고,
눕체 능선 오른쪽 끝에는
롯체(Lhotse, 8516)가
불쑥 솓아 있다. 장관이다.
식구들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롯체 오른쪽으로는 계곡 건너
아마다블람(Ama Dablam, 6812)이
보인다. 어제 내린 눈 덕분에 가까운 산들도 살짝 논에 덮혀
더욱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우리가 오늘 가야 할 텡보체는 아마다블람 바로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능선에 앉아 있고,
그 능선 아래 우리가 올라야 할 길이 꼬불꼬불 선명하게 보인다.
이 곳 네팔에서는
에베레스트를 사가르마타라고 부르고, 티벳에서는
초몰랑마라고 부른다.
점심 식사 후 다리를 하나 건너자 텡보체로 올라가는 오르막이다. 소위 두번째 고소 경계지역이다. 지도상으로 볼 때 남체 바잘 오르막보다 수월해 보였는데 실제로 올라보니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중간에 두통약도 하나 먹으면서 힘들게 텡보체에 올랐다. 이 곳에는 큰 사원이 하나 있는데 누가 보아도 명당 자리임을 알 수 있다. 루클라에서 계곡을 따라 북으로 오르다 보면 남체에서 계곡이 한번 갈라지는데, 우리는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른다. 이 계곡이 또 한번 갈라지는 곳이 바로 텡보체인데 왼편으로 올라가면 고교라는 곳을 지나 티벳으로 연결되는 교역로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오른편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계속 가면 에베레스트에 나오는 쿰부 빙하에 이르게 된다.
텡보체 역시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능선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능선을 넘어서 약간 내리막을 지나 데보체에서 하루를 묵었다. 데보체까지 오는 동안 과수원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큰 나무들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이런 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