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번째 고소적응일이다. 기상 시간과 식사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지고 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바람에 새벽에 나가서 별 구경하려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원래 계획은 임자체 등산의 시발점이 되는 추쿵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적게 걸리는 곳을 다녀왔다. 이 곳 지형은 크게 보아서 길게 누워 있는 눕체 능선의 북쪽으로 에베레스트가 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것이 쿰부빙하이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누워 있는 눕체능선은, 서쪽으로는 이 쿰부 빙하에 의하여 끊어지는데 동쪽으로는 롯체에 이르게 된다. 이 롯체의 남쪽에서 시작하여 눕체 능선 남쪽으로 흐르는 빙하가 롯체 빙하인데, 이 두 빙하에서 시작한 개천이 만나는 곳이 바로 어제 점심 먹고나서 마지막 다리 건넌 곳이다. 그러니까 딩보체는 합수곡으로부터 로체빙하 방향으로 조금더 들어간 곳이고, 내일은 쿰부 빙하 쪽을 향하여 걷게 된다.
오늘 우리가 다녀온 곳은 바로 이 두 빙하 사이의 능선이다.
여름에는 목동들이 이곳까지 온단다. 거의 해발 4,700까지
올라갔는데, 이곳에서 보는 경치는 그야먈로 장관이었다.
동쪽으로는 몇 가닥 빙하가 보이고 그 위에 롯체, 임자체,
아마다블람이 서 있다. 눈을 계속 남쪽 방향으로 돌리면
몇일전부터 보던
강테가(Kangdega, 6782)를
지나면서 우리가 걸어온 계곡이
아스라이 보인다. 계속 눈을 돌리면 남체바잘 바로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콩데가 멀리 보인다. 고개를 계속 돌려 서쪽을
바라보면 우리가 내일 올라갈 쿰부 빙하에서 나오는
계곡이 보이고 그 계곡 건너편에는 설봉들이 연이어 서 있는데
끝트머리에는 내일 올라가야할 숙소 바로 윗 봉우리인
로부체(Lobuche, 6119)가
보인다.
점심은 현지식이었는데 만두 종류와 감자요리가 일품이었다. 이날 오후 낮잠을 푹 자고 장비 점검을 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렌즈도 한번 닦았다. 머리가 계속 띵하다 보니 이 곳 이름을 딩보체보다는 띵보체로 부르는 게 낫겠다는 농담이 오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