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트레킹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칼라파타르(Kalapatthar, 5643)까지 가는 날이다. 일단 오전 중에 고락쉡까지 간다.
우리 일행은 산허리와 빙하 사이의 길을 따라서
빙하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예전에 캐나다에서 한 번 보았던 그런 빙원은 아니다.
얼음과 흙이 뒤죽박죽으로 삐죽삐죽 서 있는데
무너지는 걸 직접 보기도 하였다. 상당히
먼 곳이긴 했으나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가는 도중 눕체 능선 위로 에베레스트가
살짝 보이기도 하였다. 칼라파타르는
푸모리의 설벽이 시작되는 지점인데 이 곳까지
가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함인 듯 하다.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남쪽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남체 바잘을 지날 즈음 멀리 에베레스트가 보이지만
조금 더 자니면 눕체 능선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된다.
에베레스트는 고락쉡 직전에 잠깐 보이고 다시 숨었다가
칼라파타르를 오르기 시작해야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고락쉡에서 점심을 하고 가파른 산허리를 오르기
시작하자 사진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눕체를 휘감아 후르는
빙하와 함께 에베레스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
안나푸르나 트레킹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니다. 거의 마름모꼴에 가까운 모습으로
의연하게 서 있다. 점점 고도가 오를수록 에베레스트는 우리를 압도한다.
그런데 이 칼라파타르는 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점심 먹고 칼라파타르를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발검음을 떼기 힘들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자 다른 일행과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결국 후미 가이드에게 배낭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제 처음 봉우리에 도달한 듯 한데 사우쓰콜을 볼 수 있는 칼라파타르는 멀기만 하다. 중간 어느 지점에서 일행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난 이 단체 사진 마지막 몇 컷에 겨우 참여할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칼라파타르 정상까지 가는 팀과 내려가는 팀으로 나눈단다. 난 당연히 내려가는 팀이다. 눈짐작으로 한 삼백미터만 더 가면 되겠건만 도저히 발검음이 떼어지질 않는다.
내려가는 것도 경사가 급한지라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에베레스트를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이 좀 위안이 되었지만 조금 뒤에는 숨어버린다. 배낭은 물론이거니와 카메라까지 가이드에게 맡기고 정말 힘겹게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밥은 입에 대지도 못했지만 동료가 건네주는 꿀물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몹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역시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잠시 잠을 좀 자긴 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