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같이 6-7-8이다. 즉, 아침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 이제는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길이다.
먼저 쿰부 빙하와 임자체 빙하에서 나오는 계곡물이
합수하는 지점을 지나자 꽤 넓은 초원이 나타나고 뒤를 돌어보니
우리가 고생해서 오르내린 길들이 또렷이 보인다.
여름에 저 넓은 지역이 초원으로 비뀌면 꽤 볼만할 듯 하다.
이 날 점심은 예전에 숙박했던 데보체를 지나서
텡보체에서 했으니 오를 때 하루 걸린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반나절에 걸은 셈이다.
텡보체를 오르면서 예전에 보았던 숲이 나타났다. 소위
Rhododendron Forest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만병초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텡보체는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멀리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연봉들과 바로 앞에
보이는 아마다블람, 남체 방향의 콩데 등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세 방향의 계곡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까지만
트레킹을 오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이제 이곳을
내려가서 계곡의 합수 지점을 지나서
다시 한참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텡보체를 떠날 즈음부터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오르막을 오르면서부터 슬슬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처음 이곳을 자날 때에는 내리막인데다가 먼 곳의 경치를 즐기느라 몰랐던 모양인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길을 지났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남체 못 미쳐 전망이 좋아 보이는 롯지에 여장을 풀었으나 구름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 날은 동료들과 저녁 식사 후 술을 좀 마셨다. 아직도 해발 3700 이 넘기 때문에 조심하려 했으나 분위기가 그리 흘러갔다. 밤에는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았는데 일을 보고 나면 바로 잠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아뭏든 그 동안 나를 고생시티던 고소가 좀 풀리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