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글쓰기

계승혁

2003년 8월

글을 쓰는 데에는 그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 목적은 그 글의 독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일기처럼 자기 자신이 유일한 독자인 글도 있는 반면, 학술논문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염두에 둔 글이 있고, 문학작품처럼 많은 사람을 독자로 상정하는 글도 있다. 학생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과제물은 특정 교수 혹은 특정 조교 한두 명이 독자이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글쓰기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제한된 독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 이는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신이 생각하고 알아낸 것을 글로 옮길 수 없다면 이는 명확하게 알아낸 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이 수학과목 숙제에서 제시된 문제를 풀고 이를 제출하기 위하여 옮겨 적는 경우,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학을 종이에 적는 것은 보통의 글쓰기와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는 큰 잘못이다. 수학의 경우, 기호와 수식이 아무리 많이 나오더라도, 이들이 주어진 글 안에서 하는 역할은 단어나 구절의 역할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글쓰기의 원칙은 수학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원칙과 별도로, 특히 수학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들을 살펴본다. 수학과 관련된 글쓰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과제물 작성에 관한 사항을 간단하게 알아보고, 학위논문을 포함한 논문 작성에 관하여 특히 대학원생들이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을 점검해 본다.

이 글을 쓰는 데에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필자의 수학과 동료들 가운데 김영원, 김영훈, 김홍종, 이우영, 최재경, 최형인 교수 등 많은 분들이 참고문헌을 알려 주고 자잘한 자문에 응해 주었으며, 특히 초고를 읽어 주기도 하는 등 이 글을 쓰는 동안 도와 주셨는데, 이 자리를 통하여 감사드린다. 또한, 참고문헌 [2] 를 우리글로 번역해 주신 수학과 대학원생 최재유군, 그리고 이 글을 쓰도록 격려하고 많은 제언을 해 주신 천문학과 박창범 교수께 감사드린다.

수학 과제물 작성

수학 논문 작성
    시작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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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번호와 주제어
    요약
    머리말
    본문
    참고문헌
    다 쓰고 나서
    논문 투고 및 출판

참고문헌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글쓰기교실에서 대학원생을 위한 논문작성과 학술적 글쓰기의요건을 영역별 지침서 형태로 서술하는 글쓰기교재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 글은 이 교재의 원고로 제출한 것이다.

수학 과제물 작성

과제물을 작성하는 목적은 자신이 생각하고 푼 문제를 채점하는 교수 혹은 조교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독자, 즉 그 과제물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과제물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과제물을 채점하는 교수나 조교는 그 과목의 과제물만 채점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어느 과목의 과제물인지 분명하게 써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과제물의 표지에는 과목명, 제출자의 소속, 학번, 이름뿐 아니라, 이 과제가 어떤 숙제에 대한 결과물인지 분명하게 쓰여 있어야 한다. 이를 표시하는 중요한 방법이 제출일이다. 숙제에는 반드시 제출기한이 있게 마련이고, 채점 담당자들은 대게 그 제출일을 보고 숙제들을 구별한다. 하루 이틀 빨리 내는 경우에도 정해진 마감일을 제출일로 쓰는 게 좋다. 하루 이틀 늦게라도 받아주는 경우라면 원래 제출해야 하는 날짜와 실제 제출하는 날짜를 같이 써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학 과목의 과제들은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서로 독립된 몇 개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문제를 풀고 있는지 명확하게 표시되어야 한다. 만일 교재에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교재의 몇 쪽에 있는 몇 번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적고, 별도로 제시된 문제라면 풀이를 적기 앞서서 문제를 다시 한번 옮겨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학의 경우, 채점할 때 한 학생의 과제를 다 채점한 후 다음 학생 것을 하지 않고, 번호별로 채점하는 경우가 많다. 즉, 1번 문제 채점을 모두 마치고, 그 다음 2번 문제 채점을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문제 순서를 제 멋대로 적는 경우, 채점자가 이를 찾지 못하여 영점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과제를 제출할 때에는 반드시 제시된 순서대로 적어서 제출해야 한다. 특히, 각 문제의 번호는 눈에 확 뜨이게 굵은 글자나 다른 색으로 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특정 주제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숙제라면 이는 여느 숙제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문제를 푸는 숙제라는 가정 하에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살펴본다.

우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부터 살펴보자.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동료들과 의논을 해도 좋은 과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과제가 있다. 자신의 과제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모호한 경우에는 이를 담당교수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수학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토론이다.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논리가 훨씬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따라서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동료들과 토론하는 일은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은 그 문제의 아이디어를 다른 동료로부터 얻었을 때에는 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 전체가 아니고 특정 부분의 아이디어를 얻었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다른 도서를 보고 문제를 풀었을 경우에도 반드시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다음에 주의해야 할 사항은 기호를 쓰는 문제이다. 우선 기호를 쓰는 경우, 그 기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물론 문제에서 기호를 제시했을 경우 이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음 문제

   열린구간에서 정의된 미분가능함수는 연속임을 증명하여라

의 경우처럼 문제 안에 기호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함수 f 가 미분가능하므로 . . . .

와 같이 시작하지 말고,

   함수 f : (a,b) -> R 이 미분가능하다고 하자. 그러면 . . .

과 같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제에서 제시된 기호가 아니라면 반드시 그 기호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예를 들면 함수인지 집합인지 반드시 말해 주어야 한다.

문제가 좀 복잡한 경우, 증명은 몇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경우, 단락을 분명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고 각 단락의 시작에서는 무엇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는 다음에 살펴보게 될 논문을 쓰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므로 여기서는 자세하게 논하지 않는다. 숙제의 경우 독자가 분명하므로 그 독자가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 좋다.

끝으로 한 가지 첨가하자면, 영문과 한글을 마구 섞어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재가 한글 교재이면 숙제도 한글로 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고, 영문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한 과제물 안에서 영문과 한글을 섞어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학 논문 작성

모든 글이 그러하듯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그 내용이 좋아야 한다. 수학 논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내용이 보잘 것 없는 경우 아무리 공을 들여 써 보아도 좋은 논문이 될 수 없다. 그 내용이 좋은 경우, 굳이 형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옮겨도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심오한 정리를 증명한 논문이라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면, 이는 좋은 논문이 되기 어렵다.

여기서는 무언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공표할 만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가정하고, 이를 논문으로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수학에 관한 생각을 한다. 역사에 길이 남을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기도 하고, 옆의 동료가 물어본 문제를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원래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고 나면 이것을 논문으로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펜을 들고, 혹은 모니터 앞에 앉아서 논문을 쓰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단계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시작하기 전에===

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무엇을 그 논문의 주요 ‘정리’로 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처음부터 생각을 시작한 목적이 분명하므로 이는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부수적으로 얻은 결과가 더욱 중요해 보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래 결과를 얻기 위해서 거쳐 간 과정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한 논문에 정리가 너무 많으면 독자들은 헷갈리게 된다. 따라서 수학적 결과들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는다면 독자들은 무엇이 핵심인지 파악하지 어렵게 되고, 심한 경우 “어떤 결과를 발표하기 위하여 논문을 쓴 게 아니고, 그저 논문 편수 하나 늘리려고 억지로 뭘 쓴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래 목표로 삼았던 문제보다 부수적인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라도 논문을 작성하기 전에 어떤 결과를 그 논문의 주요 정리로 할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하고 논문 작성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래 목표로 했던 내용보다 그 내용을 증명하는 데에 이르는 중간 단계가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중간 단계의 내용이 주요 정리가 되고, 원래 목표했던 내용은 주요 응용이 될 수도 있다.

논문의 주 정리가 결정되고 나면, 그 정리를 어떤 방식으로 서술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주 정리를 서술하는 데에 필요한 개념이나 용어들이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라면, 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경우라면, 주요 정리를 어떤 방식으로 서술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흔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논문은 후일 기념비적인 논문이 되거나 아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쉽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 도입 배경을 설명해야 하고, 이러한 개념들이 적용되는 예들을 소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저 말장난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술지에 투고되는 논문의 경우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다짜고짜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게재 불가 판정을 받는 지름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기존 논문에서 도입된 개념이지만 아직 많은 독자들에게 생소한 까닭에 이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이 개념이 처음 소개된 논문을 정확하게 인용하는 것이 학문적 예의이다.

수학 논문은 다른 분야와 달리 중요한 문장 몇 개를 별도의 단락으로 구별하여 번호를 붙여서, 도움정리 2.1, 정의 2.2, 정리 2.3, 따름정리 3.2 등, 이런 방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독자들은 제목, 요약, 머리말을 읽은 후에 이렇게 번호가 붙어 있는 문장들부터 읽게 마련이다. 따라서 주 정리가 결정되었다면, 이와 같이 번호가 매겨지는 문장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주 정리의 증명이 아주 길어지는 경우 그 증명을 어떤 단위로 끊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문장 안에서 소화할 것인지, 별로도 번호를 붙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처음 도입하는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번호를 붙여서 정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논문에서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수학 논문은 수학의 명제를 명확하게 기술하고 증명하는 뼈대 부분과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보충 설명하는 살 부분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앞 단락에서 말한 것은 뼈대 부분을 먼저 명확하게 정하라는 것이다. 특히, 정의나, 예 같은 것은 이를 뼈대로 삼을 것인지 살로 삼을 것인지 미리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번호가 붙어 있는 각종 정의나 명제, 예들은 당연히 뼈대 구실을 한다. 그러나 뼈대에 해당하는 각종 용어 설명들은 이러한 번호를 붙이지 않고 살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중요한 수식이나 나중에 언급할 필요가 있는 수식은 번호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번호도 물론 중요한 뼈대에 해당한다. 이렇게 뼈대를 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체 글을 몇 개의 절로 나눌 것인가 결정되고, 각 절의 제목도 정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글 쓰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작해야만 했었다. 타자기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경우 한 번 타자를 치면 고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리의 번호나 수식의 번호를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서, 중간에 번호를 붙이지 않았던 수식에 번호를 붙일 필요가 생기면 그 뒤에 나오는 수식들은 번호가 하나씩 밀리게 된다.

글을 쓰는 데에 컴퓨터가 이용되면서부터 이러한 불편은 크게 해소되었다. 특히, TeX으로 글을 쓰는 경우 수식이나 정리의 번호 등은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을 주 정리로 할 것인가, 어떤 수식에 번호를 붙일 것인가, 증명이 길어지는 경우 도움정리를 따로 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등의 뼈대를 세우는 일은 당연히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두어야 한다.

이제는 논문의 큰 틀이 정해졌으므로, 논문에 나오는 순서에 따라서 각 항목별로 살펴본다. 물론 여기서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경우 반드시 글에 나타나는 순서대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실제로 많은 경우 본문을 다 쓰고 난 이후에 머리말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논문의 뼈대를 세우고 주요 정리를 적어 보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기호의 선택이다. 기호를 정하는 첫째 원칙은 그 기호가 일관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대문자 X, Y, Z 등이 어떨 때는 공간이었다가 어떨 때는 점을 나타내는 기호가 된다면 수학적으로는 틀리지 않더라도 읽는 사람을 매우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행렬의 경우 행과 열을 나타내는 변수가 각각 i, j 였다면 가능한 한 이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호를 선택하는 두 번째 원칙은 다른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호를 따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많은 경우 함수를 f : X -> Y 로 쓰게 마련인데, 이를 굳이 X : f -> g와 같이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목===

먼저, 논문의 제목은 그 논문을 다른 논문들과 구별하기 위한 신분증이나 마찬가지이다. 독자가 논문을 접하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제목을 찬찬히 읽는 것이다. 제목을 읽는 순간 이 논문을 계속해서 읽을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여러 가지 편리한 데이터베이스가 구비되어 있는 요사이에는 제목을 잘 붙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제목에는 그 논문의 핵심용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 통틀어서 불과 수십명 정도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제목을 통하여 이 논문이 무엇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만일 쓰고 있는 논문이 기존의 결과들을 요약 설명하는 해설논문이라면 더더욱 평이한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참고문헌 [11] 에서 Steenrod 는 복소함수론이 연구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40년 경 가우스나 코시가 이 분야를 소개하는 연구용 단행본을 쓸 경우를 가정하고 제목을 생각해 보고 있다. 당장 생각나는 제목은

   Complex Analysis

일 것이다. 요즘이라면 이 제목을 보고 거의 모든 수학자들이 무언지 알겠지만, 이러한 분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시라면

   Calculus of Functions of a Complex Variable

가 훨씬 낫다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Complex Variable" 자체가 잘 알려져 있는 개념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Calculus of Functions of a Planar Variable

이 많은 독자에게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일 것이라 말하고 있다.

위에서 든 예는 단행본의 경우지만, 논문의 경우에도 제목을 붙일 때 적어도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를 보고 이 논문이 무엇에 대하여 말하는 논문인지 바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Some properties of continuous functions

와 같은 제목은 그 논문에 대하여 거의 아무런 정보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some 혹은 certain 등과 같이 모호한 단어는 제목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목에 수학기호가 들어가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특히, 수식이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논문을 한 편 발표하면 그 논문이 여러 군데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가게 된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학교의 데이터베이스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의 수학논문을 모아놓은 MathSciNet 등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논문을 입력해야 한다. 이 때 수학기호, 특히 수식이 포함되는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목의 길이가 너무 길면 좋지 않다. 영어 논문의 경우 굵고 큰 글자를 사용하여 두 줄 안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세 줄까지는 몰라도 제목이 네 줄을 차지한다면 이는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저자 이름과 주소===

제목 다음에 들어가는 것이 저자 이름이다. 저자 이름이야 그냥 쓰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학자들의 논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 사람이 상당히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한다. 어떤 논문에서는 이름을 다 쓰기도 하고, 어떤 논문에서는 첫 글자만 쓰기도 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데이터베이스가 많아서 사람 이름을 입력하면 그 사람의 논문을 모두 찾아준다. 이 경우 이름이 여러 가지라서 생기는 혼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수학회의 MathSciNet 같은 경우 서로 다른 이름이라도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세심하게 구별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자신의 논문이 엉뚱한 사람 것으로 둔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름 두 음절 사이에 하이픈을 넣었다 뺐다 하는 일은 특히 삼가야 한다.

저자가 여러 명인 경우, 수학논문에서는 당연히 가족이름의 알파벳 순서를 따른다. 수학에서는 주저자의 개념이 없다. 어떤 잡지에서는 알파벳을 무시하고 저자를 늘어놓았을 때에 이를 알파벳순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스승이나 선배와 공저 논문을 쓰는 경우 이들의 이름을 무조건 앞에 넣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연구 논문에서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 논문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던지 상관없이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모든 저자는 그들의 역할이나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떠나서 똑같은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이다. 공동 연구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은 참고문헌 [6], 97-98쪽 혹은 참고문헌 [8], 88-90쪽 등을 참조할 수 있다.

저자의 주소를 쓰는 경우에도 한 학교의 같은 학과 구성원들은 한 가지 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 수학과”로 할 것인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로 할 것인지 통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미국수학회의 MathSciNet을 보면 이 두 가지에 대하여 서로 다른 기관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분류번호와 주제어===

제목을 정하고 나면 다음에 할 일이 논문의 분류번호와 주제어를 정하는 일이다. 요즘에는 많은 잡지들이 분류기호와 주제어를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많은 경우 독자들은 그 논문의 분류번호를 보고 그 논문을 읽을 것인지 결정하므로, 일차분류와 이차분류를 세심하게 결정해야 한다. 주제어 역시 독자들에게 그 논문의 주제가 무엇인지 극히 짧은 시간에 전달하는 무기이므로,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분류번호와 관련된 연구자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용어들을 주제어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continuous function" 같이 너무 광범위한 단어는 주제어로서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요약===

독자가 자신의 관심분야에 속한 논문을 접했을 때, 많은 경우 제목과 요약까지는 읽게 마련이다. 또한 도서관에 가서 시간이 남으면 최신 잡지의 목차를 보고 어느 논문에 관심이 생기면 자신의 연구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 논문의 요약을 읽게 마련이다. 물론 모든 잡지가 요약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점점 많은 잡지들이 요약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신이 투고하는 잡지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요약을 써 두면 그 사용처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논문의 요약에서는 그 논문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 쓰면 된다. 즉, 어떤 명제를 증명하였으면 그 명제를 다시 한번 요약에 써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명에서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였는지 간단하게 써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일 어떤 예를 만들었다면 어떠한 예를 만들었는지 쓰고, 여유가 있다면 예를 만드는 데에 사용된 이론이 무엇인지 밝혀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개념을 도입하였다면 이를 밝혀 주어야 한다.

요약도 논문의 제목과 저자명, 분류번호와 함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학기호나 수식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위 첨자나 아래 첨자가 들어가는 수학 기호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머리말===

우리가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쓸 때, 머리말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머리말을 가장 나중에 쓰기도 한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독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머리말만 보고도 그 논문이나 책의 구성과 내용을 거의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초보자라면 머리말을 읽어보아도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만일 그 논문이나 책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면 초보자는 본문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본문을 다 읽은 후에 머리말을 읽으면 그 논문의 전체 내용이 다시 한번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독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머리말을 써야 한다. 먼저 상황 설정과 함께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논문 전체를 통하여 계속 사용되는 기호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이를 약속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 제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저자가 왜 이 논문을 썼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한 게 있는데, 나는 이런 경우까지 확장했다고 한다면 그러한 확장이 왜 필요했는지 설명이 되어야 한다. 문제가 제기되고 나면 그 논문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 한 문장 정도로 짧게 기술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그 논문에서 한 일에 대하여 간단하게 기술하는 일이 머리말의 첫째 단락, 즉 전체 논문의 첫째 단락에서 할 일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그 문제가 제기된 배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 때, 그 문제와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을 쓰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개념들이 자연스레 설명될 수도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해설하는 글이 아닌 보통의 연구 논문이라면,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모두 언급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경우, 중요한 단계가 무엇인지 따져 보아서 취사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사선택은 물론 그 논문의 내용과 관련지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 이 역사적 배경이 어떠한 관점에서 쓰였는지 명확하게 밝힌다면, 취사선택에서 배제된 관련 논문들의 저자들이 상처받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논문의 내용을 소개할 차례이다. 당연히 이 논문의 결론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혹은 어떤 논문에서 주요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기술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결과가 어떤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다. 만일 독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이 정도까지 읽었을 때 논문의 전체 모습이 들어오도록 머리말을 써야 할 것이다. 특히, 증명과정의 핵심부분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본문의 어디에 나타나는지 말해주는 것도 독자를 돕는 일이다.

머리말에서는 대개 그 논문의 구성에 대하여 언급하게 마련이다. 이 논문이 몇 개의 절로 이루어졌는지 각 절에서 무엇을 하는지 언급하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룰 수도 있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룰 수도 있다.

머리말에서는 그 논문에서 사용할 용어나 기호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물론, 한두 군데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그 때 가서 언급할 수 있지만, 논문 전체를 통하여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면 머리말 끄트머리에서 미리 언급하고 정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문이 아주 길어지는 경우, 목차를 머리말의 끄트머리에 적어 줄 수도 있다.

머리말의 끄트머리에는 이 논문 작성과 관련된 감사의 글이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그 논문에서 해결한 문제를 제기하여 준 사람, 중간 단계에서 논증을 이어 나가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이나 중요 참고문헌을 알려 준 사람, 그 논문을 읽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준 사람들이 있으면,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쓰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다. 심사자가 논문의 내용을 개선하는 데에 일조하였다면 그 논문의 심사자에게 감사의 말을 써야 하는데, 이 경우 심사자가 누구인지 모르므로 그냥 심사자에게 감사하다고 쓰면 된다. 감사의 말을 쓰기 위하여 심사자가 누구였는지 알아 볼 필요도 없고, 편집인에게 물어 보아도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인지 모르는 이에게까지 감사의 글을 남기는 이유는 자신의 글을 세심하게 읽어준 이에 대한 감사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심하게 읽어 주는 독자를 만나는 것은 글 쓰는 이의 최대 행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써야 하는 감사의 글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특정 재단의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것은 잡지에 따라서 넣는 자리가 정해져 있게 마련인데 대개 첫 쪽에 분류기호와 함께 각주로 넣는 경우가 많다.

===본문===

수학을 글로 표현하는 데에 첫째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그 글이 일반적인 글쓰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글은 대개 단락으로 나뉘어진다. 그렇다면 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락 구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문서는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데, 수학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수학과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하는 글에는 여러 가지 수학기호나 수식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이 경우, 수학기호와 수식은 그 문장 안에서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학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수학기호나 수식을 한 단어나 구절로 취급하고 읽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문장으로서 어색한 점이 없어야 한다.

수학과 관련되는 내용이 들어가는 글이 다른 종류의 글과 형식적인 면에서 구별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수학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수식을 별도의 단락처럼 빼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경우에 수식을 별도로 빼는 게 좋은지 특별한 원칙은 없다. 그러나 해당 수식을 나중에 언급하기 위하여 번호를 붙이고 싶을 때, 매우 중요한 수식이므로 독자들의 눈에 확 들어오도록 하고 싶을 때, 수식이 너무 길어서 문장 속에 넣는 것이 불편할 때 수식을 별도로 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이렇게 별도로 빼는 수식을 수학 글쓰기의 전부라 오해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러한 별도의 수식은 한 문장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전후좌우에 아무런 말이 없이 수식 하나가 달랑 있다면 이는 문장을 끝내지 않고 쓰다 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처음부터 계산문제로 주어진 과제물 같은 경우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수식만 적어도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쇄되어 나올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수식만 달랑 적는 일은 피하고, 반드시 문장이 완성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글에서도 그러하듯이 결론을 앞에 먼저 쓰기도 하고 또는 나중에 쓰기도 한다. 먼저 아주 쉬운 경우를 이야기하고, 이어서 이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의문을 던진 다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면서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따라서, 다음 정리가 증명되었다.

   정리 2.3 . . . . .

이러한 식으로 나간다. 혹은 두 명제 pq 가 동치임을 증명하는데 p -> q 가 매우 쉬운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를 먼저 한두 줄에 걸쳐서 말하고,

   이제 q 를 가정해 보자. 그러면 어찌어찌 된다. 따라서 pq 는 동치임을 알 수 있고, 다음 정리를 얻는다.

   정리 2.3 . . . . .

이런 식으로 나갈 수 있다. 이 방법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수학을 마치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레 풀어 나가는 것이다. 독자는 별 생각 없이 읽다가 “다음 정리를 얻는다”라는 부분을 읽고 나면 “아, 지금까지 이걸 증명하고 있었구나” 하고 첫 부분을 다시 읽게 된다. 이런 방식은 수학 교재에서 가끔 쓰이고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지만 연구논문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연구논문의 독자는 결론이 무엇인가에 항상 관심이 있다. 물론 결과를 서술하는 데에 필요한 용어들이 미리 설명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논문의 뼈대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리를 서술하는 것에 대하여 살펴보자. 먼저 유의할 것은 정리 자체가 너무 길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정리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하면 독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놓치기 쉽다. 하나의 정리는 가능한 한 서너 줄을 넘지 않는 것이 좋고,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도움정리의 경우, 논문 전체에서 가정하고 있는 대전제 등은 생략하고 서술할 수도 있으나, 정리의 경우에는 이를 모두 포함하여 서술해 주는 것이 좋다. 많은 독자들은 중간 부분을 건너뛰고 주요 정리 부분을 먼저 읽기 때문이다. 만일 주요 정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였다면 주요 정리의 서술에 앞서 이 용어에 대하여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 설명에는 왜 이러한 용어를 도입하였는지, 지금까지 사용되던 유사한 개념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이를 구별 짓는 예가 어떠한 것들인지 들어 있어야 한다.

용어의 설명과 정리의 서술이 뼈대의 기초라면 증명은 뼈대의 완성이다. 증명을 쓸 때 유의할 첫째 사항은 쉽게 쓰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동료 전문가들에게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쓴다면 그 글을 누가 읽을 것인가. 증명이란 그 정리를 이해하기 위한 사닥다리와 같은 것으로서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이다. 만일 증명이 너무 어렵다면 이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읽기 어려운 논문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 어려움이 내용 자체보다는 문장이나 기호의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증명을 쉽게 쓰는 첫째 비결은 그 의미가 분명한 문장을 쓰라는 것이다.

증명을 쉽게 쓰는 둘째 방법은 그 증명을 몇 단계로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다. 증명이 한 쪽을 넘어가게 되면 그 증명 안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중첩되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을 증명하기 위한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따라서 증명 과정을 몇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의 첫머리에 이제 무엇을 증명하려고 한다는 말을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그 단계가 끝나면 다시 무엇을 증명했노라고 다시 말해 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단계는 증명 안에서 단락으로 구별될 수도 있고, 아예 별도의 도움정리로 따로 떼어내어 증명하고 본 정리의 증명에서는 이들을 종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다.

독자들이 증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가 그림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하학이나 위상수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른 분야에서도, 그림은 전체 논증을 한번에 알게 하여 주는 힘이 있다. 예전에는 조판의 어려운 때문에 가급적 그림을 피했으나, 최근에는 그림을 잘 그려주는 소프트웨어가 많으므로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웬만한 그림은 대개 TeX 에서 해결할 수 있다.

증명에서 귀류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속성상 귀류법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본격적인 귀류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대우를 증명하면서도 마치 귀류법을 사용하는 듯 서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 수준에서 볼 때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면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도 독자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논문을 읽는 독자는 어느 부분이 일상적인 논증인지, 어느 부분이 독창적인 논증인지 구별하면서 읽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정확하게 독자에게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를 자세히 쓰는 것은 지면의 낭비이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그 논문의 가치를 의심받게 할 수도 있다.

수학 논문이 정의, 정리, 증명으로 이어지는 뼈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뼈대와 뼈대를 이어주는 살이 필요하다. 도움정리가 몇 개 계속되는 경우에는 이 도움정리가 왜 필요한지 중간 중간에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온 경우, 그 배경 설명과 예를 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저자가 생각하는 독창적인 부분에 이르러서는, 다음 정리의 증명은 이 논문의 핵심적인 논증이라는 말을 곁들임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도 좋다.

본격적인 증명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한 예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수학에서 어떤 정리를 생각할 때 그것에 꼭 맞는 전형적인 예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부분이 본 정리의 증명보다 더욱 중요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본 증명의 핵심부분이 설명되는 적절한 예를 미리 들어 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학을 글로 적는 데에는 지금까지 논의한 원칙적인 것 말고도 여러 가지 지켜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문장의 첫머리를 수학기호로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짧은 문장들을 항목별로 나열하는 경우 어느 정도 허용되기도 한다. 우리글의 경우에는 수학기호와 한글이 너무도 분명하게 구별되므로 첫 머리에 수학기호가 나오는 것은 더욱 보기 좋지 않다. 문장 첫머리에 아라비아 수자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들 들어서

   f : X -> Y 가 연속일 때, . . . .

는 다음

   함수 f : X -> Y 가 연속일 때, . . . .

과 같이 고쳐 쓸 수 있다.

수학기호는 문장 안에서 단어와 구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학기호로 쓰는 알파벳은 이탤릭체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예전에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수학기호 양쪽에 빈칸을 두 개 넣음으로써 이를 구별하였다. 요즘에는 불필요한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타자기로 작성하여 바로 출판된 문서를 읽을 때에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타자기로

   Let  a  be a singular point of . . . .

와 같이 쓰는 경우 앞에 나오는 a 는 수학기호이고 뒤에 나오는 a 는 영어 단어이다. 만일 위 문장을 TeX으로 작성한다면

   Let $a$ be a singular point of . . . .

와 같이 될 것이고, 이를 출력하면

   Let a be a singular point of . . . .

와 같이 된다. 그러나 sin 이나 log 와 같은 고유명사의 경우 수식 안에서 이탤릭체를 쓰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식 안에서 보통 수학기호와 구별하기 위함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은 참고문헌 [3], [5], [8], [11] 등 다른 책들을 참조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다른 논문의 정리를 인용하는 방법,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정리를 인용하는 방법,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방법 등은 다른 논문의 예를 보면서 스스로 익혀야 한다.

===참고문헌===

참고문헌은 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독자들이 제목과 요약, 머리말 등을 보고 나서 그 논문을 “연필 들고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읽을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데, 만일 독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많은 경우 참고문헌 일람을 먼저 보게 된다. 그 참고문헌을 통하여 논문의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만일 매우 빠르게 진전이 있는 분야인 경우 최근의 중요한 논문이 참고문헌 일람에서 누락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 논문의 가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 지금 쓰고 있는 것이 논문이라면,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참고문헌들을 마구 늘어놓는 것은 좋지 못하다. 따라서 본문을 작성할 때부터 어느 것이 참고문헌에 들어가고 어느 것이 들어가지 않을 것인지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단행본, 특히 교재용 단행본의 경우 이를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 많은 경우, 참고문헌은 반드시 본문에서 인용된 것이 아니더라도 독자들에게 이러한 문헌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는데, 실제 이 글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예전에는 타자를 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이 참고문헌을 적어 넣는 것도 큰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컴퓨터의 이용으로 인하여 참고문헌을 작성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연구논문을 작성할 때, 최종적으로 본문을 읽으면서 참고문헌이 언급될 때마다 이를 참고문헌 일람에서 찾아 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언급되지 않은 참고문헌을 없앨 수 있다. 어떤 논문 심사자는 논문 속에서 언급되지 않은 참고문헌을 마구 늘어놓은 것에 대하여 큰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참고문헌을 쓸 때, 저자 이름이나 논문 제목, 특히 잡지 이름, 권, 연도, 쪽수 등에서 오타가 나지 않도록 극히 조심해야 한다. 이런 오타로 인하여 존재하지 않는 문헌이 올라오기도 하며, 비슷한 잡지 이름을 잘못 씀으로 인하여 오해를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MathSciNet 등에서 자료를 내려 받아 사용하는 것도 참고문헌의 오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하여 잡지 이름의 표준약어 등을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

참고문헌을 늘어놓는 순서도 분야에 따라서 그 관행이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먼저 언급되는 것부터 늘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수학의 경우 대개 저자의 알파벳순으로 쓰게 마련이다. 참고문헌을 적는 스타일은 각 잡지마다 다르다. 따라서 그 논문을 어느 잡지에 투고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논문을 투고하는 경우, 반드시 그 잡지의 앞이나 뒤표지 안쪽 등에 붙어있는 저자용 참고사항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대부분의 수학 잡지에서는 미국수학회가 정한 잡지들의 표준약어를 사용하므로 이를 익힐 필요가 있다.

===다 쓰고 나서===

글을 하나 다 쓰고 나면 첫 번째 독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때 저자는 자신의 글에서 잘못된 곳을 고치게 된다. 수학 논문의 경우는 더더욱 수학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용어와 기호 선택이 적절한지, 각 문장들은 문법에 맞게 쓰여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모든 글쓰기가 그러하듯이, 수학 글쓰기도 머리 속 사고과정과 실제 쓰기로 나뉘어 진다. 수학의 경우, 실제 글쓰기 전에 연필로 대충 써 보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다. 그런데, 머리 속에서 생각한 증명 과정을 연필로 정리하다 보면 엉터리인 경우가 수없이 많이 나타난다. 이 글은 머리로 생각한 내용을 연필로 어느 정도 써 보고, 이를 본격적으로 쓰는 과정을 정리해 본 것이다.

그런데, 연필로 써 본 내용이라도 이를 논문으로 완성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논문의 첫 번째 독자로서 신경 써야 할 최우선 과제는 그 논문에 들어 있는 수학이 옳은 것인가 확인하는 일이다. 틀린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단 한 줄의 오류도 그 논문 전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이를 확인하는 일에 게을러지게 마련이고, 틀린 곳이 있어도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지나가게 된다. 이를 보충하는 좋은 방법은 며칠, 아니 몇 주일 정도 덮어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읽어 보는 것이다.

어느 글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수학 논문의 경우 특히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있다. 이 때, 한 번은 수학 내용에 신경 써서 읽고 한 번은 문법이나 철자 등에 신경 써서 읽는 등, 서로 다른 측면에 관심을 두고 여러 번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위에 자신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이들에게 한 번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오류를 없애는 데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논문이 완성되고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도 좋다고 생각되면 정식으로 잡지에 투고하기 앞서서 전문가들 사이에 미리 원고를 돌리는 것이 좋다. 특히, 주요 참고문헌들의 저자들에게 미리 원고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알리는 데에도 효과가 있고, 특히 자신의 원고에 잘못이 있는 경우 미리 지적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논문투고 및 출판===

논문을 쓰고 나면 이를 발표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이를 출판함으로써 동료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아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처음 논문 쓰는 사람들이 부닥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어느 잡지에 논문을 투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논문 저자의 취업이나 승진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 가능한 한 평판이 좋고 많은 독자를 가진 잡지에 논문이 실리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먼저, 학술잡지들의 수준이나 평판에 대한 감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읽은 논문을 통하여 그 논문이 실린 잡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수학자가 쓴 논문의 독창성이나 심오함 등을 스스로 알아보는 것은 수학자로서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다른 이의 독창성이 뼈저리게 느껴질 때에 비로소 자신도 그만한 수준의 논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좋은 논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별로 평판이 좋지 않은 잡지에 실리는 경우도 있다. 수학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이런 일로 인하여 잡지에 대한 판단이 흐리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지도교수나 선배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Impact Factor 라는 이름으로 잡지의 우수성을 수치화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학술잡지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읽은 논문을 통한 자신의 평가가 최우선이다.

학술잡지의 우수성과는 별도로 여러 잡지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잡지들은 특정 분야에 관한 논문만 접수한다. 자신의 논문 주제와 관련 없는 분야의 논문을 출판하는 학술잡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일은 당연히 시간낭비이다. 특정 분야를 표방하지 않는 잡지라 하더라도 어느 특정 분야의 논문을 많이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히, 편집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좌우될 수도 있다.

이제, 자신이 투고할만한 학술잡지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해당 잡지들의 편집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논문을 직접 심사할 만한 편집인이 있다면 그 잡지에 보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 경우, 출판여부 결정에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라도, 자신이 제출한 논문의 머리말을 읽고 가장 적절한 심사자를 고를 수 있는 편집인이 있는 잡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처음 논문을 쓰는 사람인 경우, 당연히 지도교수나 선배 혹은 동료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논문을 출판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논문이 출판될 수 있는 잡지 가운데 가장 평판이 좋은 잡지에 투고하려 한다. 그러나 평판이 좋은 학술잡지일수록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고 게재 거절당하기 쉽다. 게재 거절되는 경우 다른 잡지를 택하여 투고하는 일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므로 논문이 출판되어 그 별쇄본을 손에 쥐기까지 상당한 기일이 추가로 소요된다.

논문을 투고할 잡지를 고를 때, 그 잡지에 출판될 논문이 얼마나 밀려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사절차가 끝나고 게재가 확정되면, 대개 논문이 투고된 순서대로 출판한다. 따라서 최근호에 언제 투고된 논문들이 실리는지 살펴보면 이 잡지에 투고했을 경우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수학회 Notice 에서는 전 세계 주요 잡지들에 대하여 출판에 걸리는 기간을 매년 조사하여 게재하는데,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학의 경우, 논문을 투고하여 출판될 때까지 최소한 일년은 기본이고 삼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참지 못하고 심사중인 논문을 다른 잡지에 투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중대한 잘못이다. 대부분의 잡지에서, 논문투고자들에게 이런 일을 피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윤리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서로 다른 두 잡지에 투고하는 행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특정 논문의 적절한 심사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따로 투고한 같은 논문이 같은 심사자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출판되는 잡지들도 외국으로 심사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논문을 투고하고 나면, 먼저 편집자 혹은 그 잡지의 사무원으로부터 논문을 접수했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말 그대로 접수증이다. 논문을 투고하고 한달 이내에 접수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 배달 사고 등으로 인하여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그 잡지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면 심사자의 의견과 함께 게재 여부에 대한 결과가 오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게재 거절 혹은 게재 확정이면 문제가 간단하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경우, 편집인은 재작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여섯 달 혹은 칠팔 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편집인에게 정중하게 편지를 써서 내가 투고한 논문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는 것도 좋다. 책임감이 부족한 편집인의 경우, 심사자를 고르다가 잊어버리는 수도 있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런 편지를 보내면 편집인이 심사자에게 심사를 독촉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편집인이 재작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문법이나 용어 선택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고치라는 경우도 있다. 보다 심각하게,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으니 보완하라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건 심사자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좋다. 물론 심사자가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으로 인하여 문제를 잘못 지적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과 함께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라도 칼자루는 편집인과 심사자가 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건부로 게재를 수락한다는 편지를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조건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직 게재 확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논문이 어느 잡지에 출판될 예정이라고 함부로 말하거나 어디에 적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러한 사소한 부주의들이 그 수학자의 신용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논문을 게재한다는 편지를 받기 전에는 자신의 이력서 등에 게재확정이라 쓰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논문 출판이 확정되고 잊을 만하면 교정쇄를 받게 된다. 교정쇄 교정은 논문이 활자화되어 도서관에 꽂히기 전에 저자가 마지막으로 손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 논문에 오류가 있어도 고칠 수가 없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교정을 보아야 한다. 대개는 이 때 저작권에 관한 서명도 하고 별쇄본 주문도 하게 된다. 잡지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50부 정도는 무료로 준다. 그러나 이것도 명시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도서관에서 자신의 논문이 실린 잡지를 보거나, 별쇄본을 받는 일이다. 최근에는 물론 도서관보다 인터넷에서 자신이 논문이 언제 출판되었는지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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