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본 우리나라 산줄기

계승혁
2020년 10월 25일

드디어 섬진강이 보인다. 산을 내려가 망덕포구에 이르러, 사대강 분수령 종주를 모두 마친다. 2020년 10월 21일 14시 41분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등산을 다시 시작한 지도 올해로 20년이 가까와 온다. 언제부터인가 능선 타는 데에 재미를 붙히게 되었는데, 서울 근교에서 하루 종일 자동차 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는 능선을 찾아서 걷다 보니 자연스레 백두대간이니 무슨 무슨 정맥이니 하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예전 기록을 보니 2009년 즈음부터 한북정맥 일부 구간을 종주하였는데, 당시만 해도 이게 무슨 정맥을 종주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2010년 즈음부터는 서울 근교 한북정맥이나 한남정맥 또는 지맥 등을 찾아서 걷기 시작하였고, 2012년 직장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시작할 즈음부터는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 저기 전국에 걸쳐 있는 정맥 산줄기를 걷곤 하였다.

지난 2018년 9월 백두대간을 마치고 정맥들도 남해안 먼 곳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대간과 정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백두대간을 시작하기 전에 백두대간은 시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백두대간은 서로 다른 바다를 구분하는 산줄기라는 것이다. 물론 정맥은 서로 다른 "강"을 구분하는 산줄기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강"이란 백두대간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말한다. 백두대간이 동해안에 바짝 붙어서 가다 보니 동해안으로 흘러가는 "강"은 제법 많은데, 이런 강들은 길이도 짧은 관계로 강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름조차 무슨 무슨 "천"으로 불리게 된다. 두만강 정도가 예외이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으로 흐르는 "강"은 그리 많지 않는데, 압록강, 대동강, 임진강,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이 전부이다. 이 중 남한 지역을 흐르는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을 사대강이라고 부르게 된다.

결국, 정맥들은 크게 보아서 이 사대강 분수령 역할을 하는 산줄기들인데, 차이가 좀 난다. 백두대간을 마무리하면서, 아예 정확하게 사대강 분수령 산줄기를 목표로 걸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이 사대강 분수령이 어떻게 되는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한강 분수령: 1,025km (북한지역 제외)
금강 분수령: 823km
섬진강 분수령: 739km
낙동강 분수령: 1,270km

이렇게 되면 중복을 제외하고 총 3,061 km인데, 뭔가 좀 썰렁한 느낌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바다를 구분하는 산줄기가 빠져 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바다를 구분하는 산줄기라면 바다로 쭉 비어져 나온 산줄기일 터인데, 지도를 보면 남한 지역에서 딱 세 군데가 눈에 띈다. 먼저 태안반도인데, 금강분수령 백월산에서 갈라져서 서북쪽으로 가는 산줄기가 있는게 금북정맥의 일부이다. (142km) 또 하나, 호남정맥 바람재에서 해남 땅끝까지 가는 산줄기가 있는데 보통 땅끝기맥이라 불리운다. (138km) 끝으로, 낙동정맥 백운산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호미지맥이 있다. (107km) 여기까지 다 하고 나면 3,448km이다. 들고 다닌 GPS로 나온 거리인데, 실제 거리는 이보다 짧을 것이다.

이제 호남정맥 망덕포구에 도착하면서 지금까지 살펴본 산줄기들을 모두 답사하게 되었다. 실제 답사에서는 분수령을 정확하게 따르지 못하고 우회한 경우도 제법 있었다. 가장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만든 오갖 종류의 장애물들인데, 물론 암릉과 같은 자연적인 장애물도 있다. 지도를 잘못 읽은 경우도 있는데, 분수령의 명확한 "정의"가 무엇인가 물어야 할 정도로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 동안 산줄기를 다니면서 많은 분들의 신세를 졌는데, 잠자리 제공부터 교통편 제공, 식사 및 등산 동행에 이르기까지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이 몸뚱이를 전국 방방곡곡에 실어 나른 기차, 버스, 택시 종사자들과 공짜로 차량에 태워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내친 김에 사대강뿐 아니라 모든 강들에 대하여 분수령을 답사하면 어떨지 하는 욕심도 생긴다. 백두대간에서 바다에 이르는 사대강 외에도 강이라 이름 붙은 물줄기는 많다.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 있는가 하면 사대강 중 하나로 흘러드는 강도 있는데, 이를 구분하여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바다: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 회야강, 태화강, 형산강
한강: 소양강, 홍천강, 평창강, 주천강, 섬강
금강: 없음
섬진강: 보성강
낙동강: 영강, 금호강, 황강, 남강, 밀양강

물줄기 이름에서 "강"과 "천"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강들 분수령에는 대개 무슨 무슨 지맥이란 이름들이 붙어 있게 마련이다. 조만간 이런 강들의 분수령까지 답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