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선배 탐방(수리과학부 학부 14학번 , 대학원 18학번)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부 14학번, 대학원 18학번이며, 그리고 지금은 연세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있는 김선우라고 합니다.
1. 연구분야
저는 확률론을 연구하며, 그 중에서도 수리물리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온도나 압력과 같은 물리량이나 공간 내 입자 밀도 등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입자들의 고전역학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는데, 여기서 입자간 확률적 상호작용의 개념을 도입하여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 통계역학의 출발점이었고, 이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하기 위해 탄생한 분야가 바로 확률론입니다.
확률론 분야에서 연구하는 대표적인 주제로는 공간 내 입자 밀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 분석(유체역학적 극한, hydrodynamic limit), 과냉각 상태의 물과 같이 일시적으로 안정한 상태가 가장 안정한 상태로 전이하는 현상의 정량적 분석(메타안정성, metastability) 등이 있겠습니다.
이렇듯 확률론은 태생적으로 물리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많은 수학 분야가 그렇지만요. 다만 물리를 잘 못한다고 해서 확률론을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순수 수학자로서 물리학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며, 연구할 때 다른 문헌을 참고하며 공부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 계기
특별히 드라마틱한 이유가 있지는 않고, 학부생 시절에 관심이 가는 분야를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위상 수업을 듣고 매력을 느껴 학부생 인턴십을 통해 공부하다가 제 한계를 느끼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후 실해석학, 확률미분방정식 등의 해석학 수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해석학 분야에 크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함수 공간 안 함수의 여러 특성(수렴성, 연속성 등)을 이용하여 정밀하게 계산하는 해석학의 특징이 제게 잘 맞다고 생각했으며, 18년도에 대학원에 들어갈 때에는 세부적인 분야를 정하지는 않고 해석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운이 좋게도 서인석 교수님과 인연이 닿아서 본격적으로 확률론 분야와 함께 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 조언
확률론은 지금 세계적으로 봤을 때 매우 유망한 분야이며, 한국에서도 최근 약 10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하여 많은 교수님들 및 박사님들께서 훌륭한 결과를 많이 도출하고 계십니다. 국내에서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르고 유망한 분야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접근성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학생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좋은 문제들로부터 10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당히 깊은 수준의 문제들까지 아주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들에 많은 확률론 연구자들이 현재 도전하고 있습니다.
확률론에 관심이 있거나, 수업을 듣고 흥미를 느꼈다면 부담 없이 주변 교수님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역경 극복
확실하게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제가 진행한 두 번째 연구였습니다. 제가 단독으로 진행한 연구였으며, 매우 복잡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계산해 내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Probability Theory and Related Fields라는 저널에 게재되고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고 2-3년 정도가 지나고, 제가 풀지 않고 남겨두었던 그 연구의 후속 문제를 풀어보려고 제 논문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치명적인 오류가 있더라고요. 단순한 오탈자의 수준이 아니라 만약에 해결이 안 된다면 문제 해결의 핵심 논리가 무너지게 되는 오류였고,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출판 철회를 요구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찾지 못한 오류이기에 숨기고 싶다는 비겁한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은 무조건 고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제 해결에 일념했고, 정말 다행히도 다른 방법으로 그 오류를 고치게 되어 결국 행복한 방향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당시에는 며칠 잠도 잘 못 잤고요. 또 그 오류를 제 손으로 직접 찾았던 것도 천만다행이죠.
5. 연구철학
제 커리어의 목표는 대단한 철학을 따른다기보다는 수학과 소속 연구자/교수로서의 다양한 의무에 균형 잡히고 넓은 시야로 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는 결과를 비교적 내기 쉬운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5-10년 이상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장기적인 프로젝트 중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균형있는 연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로서는 수업과 행정일 모두를 등한시하지 않고 주변에 고루 좋은 영향력을 끼치려 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육각형의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고등과학원 시절
저는 한국의 고등과학원(KIA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IAS를 모티브로 삼아 한국의 순수학문 연구 증진을 위해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한 1년 반을 보냈으며, 국내에서 연구 환경으로는 고등과학원만한 곳이 없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등과학원에서는 실적 압박 없이 연구비를 지원해 주며, 이를 통해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하면서 외국에 방문할 기회도 많이 얻게 됩니다. 저 또한 유럽 및 다양한 나라에 자주 방문하면서 인연도 쌓고, 논문도 쓰고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한국 수학계 내에서 저와 연구 관심사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보니, 고등과학원 내에서 함께 연구할 사람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즉 본인이 자유롭지만 항상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살아남아야 하는 독특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7. 수리과학부 학생들에게
저는 수학을 평생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학부/대학원 과정 중에 항상 있었고, 운 좋게 좋은 기회를 잘 만나 교수가 되었습니다. 다만, 꼭 학계에 남는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수리과학부에는 훌륭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직이나 진로에 관련된 다양한 상담 기회는 물론이고, 특히 학부 시절에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들도 굉장히 많으니 최대한 많이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수리과학부에 있는 9년 반의 시간 동안 이것들을 잘 누리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데, 여러분들은 아쉬움 없이 100%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훌륭한 교수님들도 정말 많이 계신데, 모두들 학생들한테 관심도 많으시고 정말 잘 해주시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단순히 우리를 지도하시는 교수님이 아니라,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니 면담을 하다 보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되게 많이 될 겁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수학에 매력을 느껴 학계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 좋고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선우 교수님의 연세대학교 임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터뷰 : 수리과학부 부학생회장 이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