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하고

2022. 7. 6.

어제는 프린스톤 대학의 허준이 교수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반가운 소식이 전 세계에 퍼졌다. 국내에서도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하였지만, 진작 허 교수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점을 모두 빠트리고 있었다.

필즈상 수상식에서 방영된 수상 소감을 담은 영상에서 뿐 아니라 그 이전의 국내외에서 인터뷰 한 내용들에도 허 교수가 수없이 강조한 것은 인류는 서로 도와 협업을 하여야 하고 더 나아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학문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워낙 방대하여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체로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으뜸인 관계는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이 사실은 같음”을 말하는 “동등함”이다. 이는 주로 등호(=)로 표현되는데, 등호의 양변에는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지만, 이들이 사실은 같은 것임을 말한다. 전기와 자기가 같은 것이고, 질량과 에너지가 같은 것이라는 것 등은 모두 수학적 원리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제일원리가 바로 “같음”이라 하였다. 이것은 훨씬 오래된 피타고라스 학파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수학에서도 최고로 인정하는 정리는 대부분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같은 것임”을 밝히는 것인데, 허준이 교수는 이산적인 관계망(network)들과 연속적인 공간이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 학문의 가장 높은 경지를 보여 주었다.

“우리”라는 개념은 나는 한국인이고 너는 미국인이다라는 식의 울타리(우리)를 쌓는 개념이 아니다. 네가 바로 나라는 것이 바로 우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