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箱의 詩에 나타나는
數學記號와 數式의 意味
서울대학교 수학과 부교수 김명환
1. 들어가기
이상의 시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는 그의 시가 매우 난해하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조어, 언어유희, 문법무시, 수학기호 등은 그의 시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이상의 시를 각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따지고 논리적 상관관계를 짚어 가며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며 동시에 잘못된 이상의 글읽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정호교수의 견해처럼 이상 자신도 단어와 문장마다 특정한 의미(기의)를 전달하고자 했다기 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글읽기를 할 수 있도록 기표만 제공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상의 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다양한 해석과 견해들은 이상의 시에 대한 새롭고 유익한 발견이자 이상이 마련해 둔 터에 이상문학이라는 우리 문학사의 소중한 탑을 함께 높여가 는 값진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문학의 문외한이긴 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필자 같은 사람이 이상의 시에 나타나는 숫자, 수학기호 및 용어, 수식 등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도 - 이상의 시에 대한 새롭고 유익한 발견이야 될 리가 없겠지만 - 무익유해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상의 시에는 많은 숫자, 수학기호, 수학용어, 수식 등이 등장한다. 건축기사로 활동한 바 있던 이상은 수학, 물리를 비롯한 자연과학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상의 시에서 발견되는 수학은 요즈음의 대학 1, 2학년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글에서 먼저 이상의 시에 나타나는 수학이 그의 시에서 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를 개괄적으로 언급하고, '수학시'라고 불리어도 좋을 만큼 수학의 비중이 절대적인 네 편의 시 -「診斷 0:1」「線에關한覺書 1, 2, 3」- 에 대한 필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제시해보고, 끝으로 이상의 시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는 수학 용어들의 수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몇 가지 궁금증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이상의 시에서의 수학의 역할과 용도
이상의 시에서 자주 발견되는 숫자, 수학기호 및 용어, 수식 등의 시에서의 구체적인 의미와 역할은 매우 불분명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숫자의 단순나열 등 그 수학적 의미조차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상의 시에 나타나는 수학은 합리주의적인 것 또는 그러한 것에 의하여 규격화되어 가는 사회를 상징하는 듯하며 이상은 그러한 수학에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람은數字를버리라" --------------------------------------------- 線에關한覺書 1
"유우크리트는死亡해버린오늘유우크리트의焦點은到處에있어서人文의腦髓를마른
풀과같이燒却하는收斂作用을羅列하는것에의하여最大의收斂作用을재촉하는
危險을재촉한다" -------------------------------------------------- 線에關한覺書 2
"1234567890의疾患 …" -------------------------------------------- 線에關한覺書 6
한편 숫자나 기호, 수식은 아니지만 대수학(Algebra), 기하학(Geometry) 등에서 다루는 대칭구조(symmetric structure), 해석학(Analysis)에서 다루는 수열(sequence) 등 수학의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과 잘 대응될 수 있는 부분을 이상의 시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수학적 대칭성이 발견되는 대표적인 시로는「線에關한覺書 2,3」외에도 다음과 예들이 있다.
"그中에1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그中에1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 烏瞰圖 詩第一號
"一層우에있는二層우에있는三層우에있는屋上庭園
…………………
屋上庭園밑에있는三層밑에있는二層밑에있는一層" ------------------- 運動
물론 烏瞰圖의「詩第八號」「詩第一五號」「거울」등도 거울을 통한 대칭성 소재로 한 시이다. 수학은, 특히 대수학과 기하학은, 대칭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대칭구조는 수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만물의 아름다움의 근원이 안정적이고 완전한 (stable and complete) 대칭구조에 있다는 것이 고대 수학자들의 믿음이었으며, 이러한 믿음에서 시작된 대칭구조 연구의 전통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칭구조라는 격식의 아름다움이 파격적인 글쓰기의 작가로 알려진 이상의 시에서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음은 뜻밖이다. 하지만 이것을 이상이 파격적인 글쓰기의 와중에서도 자신의 시의 완전함과 아름다움을 위해 치열하게 고심한 흔적으로 볼 수는 없을까?
한편, 수열의 개념이 발견되는 부분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第1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2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
第13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 烏瞰圖 詩第一號
"어쩌자고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 … 아버지가되느냐" --- 烏瞰圖 詩第二號
"幾十倍幾百倍幾千倍幾萬倍幾億倍幾兆倍하면사람은
數十年數百年數千年數萬年數億年數兆年의太古의事實이
보여질것이아니냐" ------------------------------------------------ 線에關한覺書 1
"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
四角形." ---------------------------------------------------------- AU MAGASIN DE NOUVEATES
이러한 기법은 읽는 이의 긴장감이나 중압감 또는 공감을 극대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의 예에서처럼 무한수열(「詩第二號」)이나 증가수열(「詩第一號」「線에關한覺書 1」) 또는 감소수열(「AU MAGASIN DE NOUVEATES」)의 경우 그 효과가 최고조에 달하게 될 것임을 이상이 계산한 것은 아닐까?
이 외에도 좌표공간에서의 무한(∞)은 그 방향이 어느 쪽이든 하나의 점으로 간주하는 것, 즉 '+∞ = -∞'와 같은 위상수학(Topology)의 고급개념이 발견되기도 하고, '수렴하는 수열로 이루어진 수열의 수렴'과 같은 해석학의 고급개념이 발견되기도 한다.
"未來로달아나는것이過去로달아나는 것이다." ----------------------- 線에關한覺書 5
"收斂作用을羅列하는것에의하여最大의收斂作用을재촉하는…" ------- 線에關한覺書 2
이처럼 이상의 시에서 수학은 합리주의적인 것의 상징으로서의 역할과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도구로서의 역할 등을 담당하고 있는 듯하다.
3. 네 편의 수학시 -「診斷 0:1」과「線에關한覺書 1,2,3」
이상의 시 중에서 수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로는 역시 建築無限六面角體의「診斷 0:1」 (烏瞰圖의「詩第四號」와 동일)과 三次角設計圖의「線에關한覺書 1, 2, 3」등 네 편을 들 수 있다. 이 시들은 수학시라고 불리워도 좋을 만큼 이들 시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여기서는 이들 네 편의 수학시에 등장하는 숫자, 수학기호, 수학용어, 수식의 정확한 수학적 의미와 그들의 시에서의 역할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建築無限六面角體에 나오는「診斷 0:1」을 살펴보자. 다음은 그 전문이다.
------- 診斷 0:1 ---------------------------------------------------------------
| 患者의 容態에 關한 問題
1 2 3 4 5
6 7 8 9 0 · 診斷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
------------------------------------------------------------------------------
이 시는 물론 후에 쓰여진 烏瞰圖의「詩第四號」와 동일하다. 다만 위의 숫자판 부분 대신에 숫자판이 거울에 비친 상을 쓰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해석이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다. 필자에게는 위의 숫자판이 위에서 아래로 한 줄 씩 내려갈 때마다 1/10 씩 곱해지는 등비수열로 보인다. 이렇게 계속 내려가면 아무리 큰 수부터 시작해도 0으로 수렴하게 되기 마련이다. 11줄만 쓴 것은 아마도 역 대각선을 이루는 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대칭적 형태미를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의 첫째 줄에 모든 숫자가 소수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온전하게 나열된 것을 합리주의적 세계관에 의하여 완벽하게 장악된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면, 책임의사 이상은 그러한 합리주의의 질환('1234567890의疾患' --「線에關한覺書 6)참조)을 가진 세상의 미래가 소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학에서 'a:b'는 분수 'a/b'와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진단결과 '0:1'은 '0/1 = 0', 즉 소멸 혹은 죽음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시는 책임의사 이상이 '1234567890의疾患'에 시달리는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후에 쓰여진 烏瞰圖의「詩第四號」에서 숫자판을 거울에 비친 상으로 바꾼 것은 '거울'이라는 진료기구를 통해 나타난 검사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또한 숫자판을 그렇게 바꿈으로서 왼쪽 끝에는 0, 오른쪽 끝에는 1이 종으로 나열되게 하여, 진단결과 '0:1' 과 시각적으로 어울리는 시각적 운율의 효과도 얻고 있다.
다음은 三次角設計圖의「線에關한覺書 1, 2, 3」을 차례로 살펴보자. 다음은「線에關한覺書 1」의 전문이다.
------ 線에關한覺書1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0 | |
| 1 | · | · | · | · | · | · | · | · | · | · |
| 2 | · | · | · | · | · | · | · | · | · | · |
| 3 | · | · | · | · | · | · | · | · | · | · |
| 4 | · | · | · | · | · | · | · | · | · | · |
| 5 | · | · | · | · | · | · | · | · | · | · |
| 6 | · | · | · | · | · | · | · | · | · | · |
| 7 | · | · | · | · | · | · | · | · | · | · |
| 8 | · | · | · | · | · | · | · | · | · | · |
| 9 | · | · | · | · | · | · | · | · | · | · |
| 0 | · | · | · | · | · | · | · | · | · | · |
(宇宙는멱에依하는멱에依한다)
(사람은數字를버리라)
(고요하게나를電子의陽子로하라)
스펙톨
軸X 軸Y 軸Z
速度etc의統制例컨대光線은每秒當300,000킬로미터달아나는것이
確實하다면사람의發明은每秒當600,000킬로미터달아날수없다는法은
勿論없다.그것을幾十倍幾百倍幾千倍幾萬倍幾億倍幾兆倍하면사람
은數十年數百年數千年數萬年數億年數兆年의太古의事實이보여질것이
아닌가,그것을또끊임없이崩壞하는것이라고하는가,原子는原子이
고原子이고原子이다,生理作用은變移하는것인가,原子는原子가아니
고原子가아니다,放射는崩壞인가,사람은永劫인永劫을살릴수있는
것은生命은生도아니고命도아니고光線인것이라는것이다.
嗅覺의味覺과味覺의嗅覺
(立體에의絶望에依한誕生)
(運動에의絶望에依한誕生)
(地球는빈집일境遇封建時代는눈물이날만큼그리워진다)
------------------------------------------------------------------------------
필자가 이 시의 첫 부분에 가지런히 도열한 100개의 점에서 가장 먼저 연상한 것은 엄격한 규율로 무장된 군인들이 정렬하고 있는 장면이다. 수학적으로는 평면좌표, 행렬 등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필자는 대수학에서 다루는 집합 {1, 2, 3, 4, 5, 6, 7, 8, 9, 0}의 연산구조표에서 구체적인 연산내용을 점으로 처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잘 정의된 하나의 연산구조를 가지는 집합을 대수학에서는 군(group)이라고 하는데 위의 집합은 '10을 법으로 하는 더하기' 연산구조를 가지는 군으로서 통상 Z10으로 표기되며 a번째 행과 b번째 열의 점에는 a+b를 10으로 나눈 나머지가 대응된다. Z10의 연산구조표를 완성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
+ |
| ||||||||||||||||||||||||||||||||||||||||||||||||||||||||||||||||||||||||||||||||||||||||||||||||||||||||||||||
|
|
물론 이 표가 연산구조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떤 종류의 표이든 수학에서 다루는 표에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에 의하여 예외 없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 비하여 '宇宙는멱에依한멱에依한다', 즉, 우주는 무한하다. 여기서 '멱에依한멱에依한다'는 엄청나게 크다는 수학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수학적으로는 a의 mn 승이란 뜻으로 a의 mn승과는 전혀 다르며 후자보다 전자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서 a = m = n = 10 정도만 되어도 후자는 100···0으로 0이 100개뿐인데 비하여 전자는 0이 100억 개나 되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수가된다. 이 수는 어떤 사람이 1초에 0을 3개 정도씩 쓴다고 하면 다 쓰는데 꼬박 100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큰 수이다. 이보다 훨씬 더 큰 무한의 우주에서는 합리주의가 통하지 않을 것이므로 합리주의('數字')를 버리라고 이상은 충고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원자핵 속에 칩거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陽子')이 바깥 세상으로 나와 '電子'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절규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합리주의가 지배하고 있고, 그러한 현실은 이상에게는 '공포(specter)'이다. '軸 X, Y, Z'는 수학에서 삼차원 공간을 결정하는 세 개의 서로 직교하는 축이다. (수학자들이 n차원 공간을 논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4차원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이상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나름대로의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상에게는 아인슈타인 역시 합리주의의 앞잡이에 불과하므로). 물론 여기서 반박논리의 취약이나 비약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 다음, '嗅覺의味覺과味覺의嗅覺'. 천재 이상은 갑자기 필자 같은 범인이 넘볼 수 없는 嗅覺과 味覺의 세계로 가버린다. '絶望'과 '誕生'과 '封建時代'에 대한 그리움을 넋두리처럼 남긴 채 . . .
다음은「線에關한覺書 2」의 전문이다.
------ 線에關한覺書2 -----------------------------------------------------------
1 + 3
3 + 1
3 + 1 1 + 3
1 + 3 3 + 1
1 + 3 1 + 3
3 + 1 3 + 1
3 + 1
1 + 3
線上의 點 A
線上의 點 B
線上의 點 C
A + B + C = A
A + B + C = B
A + B + C = C
二線의 交點 A
三線의 交點 B
數線의 交點 C
3 + 1
1 + 3
1 + 3 3 + 1
3 + 1 1 + 3
3 + 1 3 + 1
1 + 3 1 + 3
1 + 3
3 + 1
(太陽光線은,凸렌즈때문에收斂光線이되어一點에있어서爀爀히
빛나고爀爀히불탔다太初의僥倖은무엇보다도大氣의層과層이이루는層
으로하여금凸렌즈되게하지아니하였던것에있다는것을생각하니樂이된
다,幾何學은凸렌즈와같은불장난은아닐른지,유우크리트는死亡해
버린오늘유우크리트의焦點은到處에있어서人文의腦髓를마른풀과같이
燒却하는收斂作用을羅列하는것에의하여最大의收斂作用을재촉하는危
險을재촉한다,사람은絶望하라,사람은誕生하라,사람은誕生하라,
사람은絶望하라)
------------------------------------------------------------------------------
대칭구조가 돋보이는 이 시는 시의 주제와 형식에서「線에關한覺書 1」과 매우 유사하다. 전반부에는 수학으로 상징되는 합리주의가 규칙적인 모습으로 정렬되어 있고 후반부에는 현대수학(기하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유우크리드에 대한 냉소적인 비난으로 이상 자신의 합리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線에關한覺書 1」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아인슈타인이었음과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첫 번째와 다섯 번째 단락에 나타나는 '1+3'과 '3+1'의 나열은 서로 1과 3의 역할이 바뀐 형태로서 규칙적이다. 또한 각각의 단락 내에서도 복합적인 대칭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문단에 대하여 수학적으로 부여할 만한 별다른 의미는 없는 듯하다. 그런데,「線에關한覺書 6」에서 '4'를 발음이 같은 '死'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승훈 교수의 견해를 받아 들인다면, 여기서 '1+3'과 '3+1'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만약 '1+3'과 '3+1'을 '1+3 = 3+1 = 4 = 死'의 변형된 표현으로 본다면, '線上의點 A, B, C'에 대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단락의 내용도 수학적으로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수학에서 공간의 점들 간의 더하기 연산은 각 점과, 원점을 시점으로 하고 자신을 종점으로 하는 벡터를 동일시하여 그러한 벡터들 간의 더하기로 정의한다. (이러한 내용은 행렬과 함께 선형대수(Linear Algebra)에서 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세 번째 단락에 주어진 세 벡터(세 점) A, B, C에 대한 연립방정식
A + B + C = A
A + B + C = B
A + B + C = C
을 풀면 'A = B = C = O'을 얻는다. 즉, 세 점 A, B, C가 모두 원점과 동일한 점이 된다. 이 때 O는 영(零)벡터로서 점으로는 좌표공간의 원점에 해당되며 '1+3'과 '3+1'이 죽음을 의미하듯이 길이가 없는 영 벡터도 소멸 혹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의 전반부에 나열된 모든 것은 실은 공허한 나열에 불과하다는 암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A = B = C = O'라는 결론은 세 점 A, B, C 가 위치한 곳이 2차원평면이건 3차원공간이건 아니면 수 차원 공간이건 간에 차원에 상관없이 참이므로 네 번째 문단의 의미도 명확해 진다. 즉, A는 2차원평면의 원점으로 보아 두개의 축 X, Y의 교점, B는 3차원공간의 원점으로 보아 세 개의 축 X, Y, Z의 교점, C는 수 차원 공간의 원점으로 보아 수 개의 축의 교점이 된다.
한편 이어령교수의 보는 위치에 따라 같은 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영기하학적인 해석도 매우 흥미롭다. 다음은「線에關한覺書3」의 전문이다.
------ 線에關한覺書3 -----------------------------------------------------------
1 2 3
1 · · ·
2 · · ·
3 · · ·
3 2 1
3 · · ·
2 · · ·
1 · · ·
\ nPh = n(n-1)(n-2) … (n-h+1)
(腦髓는부채와같이圓까지展開되었다,그리고完全히廻轉하였다)
------------------------------------------------------------------------------
이 시의 전반부는 원소의 개수가 3인 집합의 연산구조표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線에關한覺書 1」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의 연산구조표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집합 {1, 2, 3}은 '3을 법으로 하는 더하기' 연산구조를 가지는 군으로서 통상 Z3으로 표기된다. 두 번째 표는 첫 번째 표에서 1, 2, 3의 순서만 3, 2, 1로 바꾸어 놓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연산구조표이다. 두 연산구조표를 완성하면 다음과 같다.
| + | 1 2 3 |
| 1
2 3 |
2 3 1
3 1 2 1 2 3 |
| + | 3 2 1 |
| 3
2 1 |
3 2 1
2 1 3 1 3 2 |
두 연산구조표의 연산결과를 행으로 읽으면 231, 312, 123, 321, 213, 132 등 세 수 1, 2, 3을 차례로 나열하는 여섯 가지의 순열이 모두 나타난다. 수학에서 이러한 순열들을 '3-치환(permutation)'이라고도 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첫 번째 표에서는 짝치환이 두 번째 표에서는 홀치환이 모두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쨋든 '3P3 = 3(3-1)(3-2) = 6'이므로 'n = h = 3'인 경우 주어진 공식이 확인된다. 다시 말하면, 시의 전반부에 있는 두 개의 연산구조표는 그 다음에 나오는 'n개 중에서 h개를 택하여 나열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내는 'nPh'을 구하는 공식의 특수한 경우(즉, 'n = h = 3'인 경우)의 증명에 해당된다. 물론 공식 앞에 '\'를 붙이기에는 충분하지 못하지만 수학시험의 답안지가 아닌 바에야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사실 엄격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의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논리적 비약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상이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과학의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면을 비웃는 것은 아닐까?
위에서 살펴본 세 편의 시는 결국 다음과 같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 - 즉, 수학으로 상징되는 합리주의적 세계관과 그에 대한 이상의 거부감의 표현 - 로 요약될 수 있다.
4. 몇가지 궁금증 - '3'의 비밀(?)
위에서 살펴본 네 편의 수학시 외에도「異常한可逆反應」「▽의遊戱」「線에關한覺書 3,6」 「AU MAGASIN DE NOUVEATES」등 수학이 등장하는 시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나 시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의 그들의 역할을 이해하기에 문학의 문외한인 필자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여기서는 다만 눈에 뜨이는 몇몇 수학용어와 수학적 사실에 대하여 필자의 견해 혹은 궁금증 등을 언급하고자 한다.
烏瞰圖의「詩第一號」에 나오는 '13'이라는 숫자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수학적으로 - 필자가 정수론을 전공하기 때문에 가지는 편견일 수도 있지만 - '13'은 素數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素數는 1과 자기자신 이외의 다른 자연수로는 나누어지지 않는 수이다. 素數는 따라서 자연수의 곱의 세계에서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모든 자연수를 생성한다. 그러나 이상이 이 시에서 이러한 素數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13'이라는 숫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상의 시에는 '1과 3'에 관련된 숫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2'는 '3-1', '4'는 '1+3', 그리고 '13'. 특히 '3'이라는 숫자를 우리는 도처에서 만나게 된다.
"▽은電燈을三等太陽인줄안다 … 3은公倍數의征伐로向하였다" ------- ▽의遊戱
"三心圓" ---------------------------------------------------------- 수염
"一層우에있는二層우에있는三層 …" -------------------------------- 運動
그리고, △(삼각형)과 ▽(역삼각형),「神經質的으로肥滿한三角形」「線에關한覺書 2,3」등 . . . 과연 '3'이라는 수자는 이상에게 무엇이었을까?
수자 '3'과 관련하여 三次角設計圖의 '三次角'이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三次角'은 수학에서 통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그러나 이것을 약간 무리하게 해석하면 세 모서리가 만나는 (이것은 세 면이 만난다는 것과 수학적으로 동치임) 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할 경우라면 '三次角'보다는 오히려 '三面角'이 더 적절한 용어이며 '數面角'이라는 용어도 가능해 진다. 실제로 '二面角'이라는 용어는 통용되는 수학용어이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각이란 삼차원 이상의 공간에서도 이차원 평면에서의 각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三次角'은 수학에서 말하는 각의 개념은 아니며 각의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데 세 모서리가 만나는 구석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를 재는 척도로서 '三次角'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建築無限六面角體의 '無限六面角體'라는 용어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六面角體'라는 용어도 수학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그러나 역시 약간 무리한 해석을 하자면 모든 점에서 여섯 개의 면이 만나는 (이것도 여섯 개의 모서리가 만난다는 것과 수학적으로 동치임) 입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데 정사면체나 정육면체 등은 '三面角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위 '오일러의 다면체공식(v-e+f = 2)'에 의하면 '六面角體'는 존재할 수 없다. 반면에 '無限六面角體'는 존재한다. 이상이 구태여 '六面角體' 앞에 '無限'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이 이러한 수학적인 이유에서 인지는 알 수 는 없으나, '無限六面角體'를 여섯 개의 면이 한 점에서 만나고 반대쪽으로는 무한히 벌어진 입체라고 본다면 이러한 입체는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無限數面角體'도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三次角'이나 '無限六面角體' 등은 이상이 만들어 낸 조어로서 수학에서 통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용어이다.
「수염」에 나오는 '三心圓'도 이러한 수학조어로서 역시 통용되고 있는 수학용어는 아니지만 이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수학조어인 '三次角'이나 '無限六面角體' 보다 수학적으로 훨씬 더 흥미롭다. 실제로 원을 하나의 중심으로부터의 길이가 일정하다는 뜻으로 '一心圓', 타원을 두 개의 중심으로부터의 길이의 합이 일정하다는 뜻으로 '二心圓'이라고 부른다면, 세 개의 중심으로부터의 길이의 합이 일정한 '三心圓'을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四心圓', '五心圓' 등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一心圓(원)'과 '二心圓(타원)'에 대하여는 그래프도 쉽게 그릴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정리가 밝혀져 있는 반면에 '三心圓' 등에 관하여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수학자들이 이들 일반적인 '數心圓'을 연구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그 방정식의 차수가 8차 이상이 되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별로 응용되는 곳도 없어서일 것이다.「수염」에서 '三心圓'은 많은 평론가들에 의하여 '배꼽'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 듯하며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왜 하필 '三'心圓인가?
수학에서 △는 삼각형, 변수의 증분(△X), 다변수벡터함수의 야코비행렬식(△F(X)) 등으로 쓰이며 ▽는 주로 다변수함수의 미분, 즉 그래디언트(▽f(X))로 쓰인다. 다행히 이상 자신이 "△는나의AMOUREUSE"라고 밝히고 있어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도대체 짐작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의 상대로서 ▽가 '나'임은 분명해 진다. 따라서 △와 ▽를 수학적인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혹, 변수 X = (x1, . . . ,xn)의 작은 변화 △X에 대한 주어진 다변수함수 f의 모든 축방향으로의 변화율을 나타내는 ▽f(X)가 '나의 연인(△)'의 작은 변화에 좌우되는 '나(▽)'의 모습과 비교될 수 있을까?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와 ▽가 단순히 안정된 △와 불안정한 ▽의 형태적인 특징에 착안한 '나의 연인'과 '나'의 대명사가 아닌가 한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破片의景致」에 나오는 '▽은 1/W'은 'W'가 '와트(watt)', 즉 전기가 한 일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임을 고려하면 그 역에 비례하는 나의 비효율성, 무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W'가 전구의 필라멘트가 꼬인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것들 이외에도 수학이 등장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으나 시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의 이들의 역할을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필자의 능력을 핑계로 이들에 대한 해석을 다음 기회 혹은 다른 이에게 미루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수학은 대학 1,2학년 정도의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그의 시에서 수학용어들을 매우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으며 수학적 명제들의 서술에도 의도적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는 빈틈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수학은 난해성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단순삽입되었다기 보다는 이상의 치밀한 의도 하에 선택된 시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숫자, 수학기호, 수학용어, 수식, 수학적 개념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상의 시를 연구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의 많은 연구를 기대해 본다.
문학사상 지령 300호 기념 문학 심포지엄
자료집
"이상(李箱)은 왜 우리 문학의 정상에 서 있는가"
이상문학연구 60년, 권영민 편저, 문학사상사, 1998년,
pp.165-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