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성 교수 인터뷰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학사·박사, 성균관대학교 교수 임용)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부임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오재성입니다.
학부생 시절 기자 활동을 했었는데, 이렇게 교수가 되어 인터뷰를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기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국웅 교수님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고등과학원, 연세대학교, 허준이 난제 연구소를 거쳐 2025년 9월 성균관대학교 수학과에 부임하였습니다.
좋은 연구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학적 능력과 각자의 취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2.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는 무엇이며, 해당 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연구 분야는 대수적 조합론입니다.
조합론은 이산적인 대상에서 나타나는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로, 특히 개수를 세거나 수치적 불변량을 계산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그중에서도 대수적 조합론은 다양한 수학 분야에서 등장하는 대수적 구조를 조합적인 관점에서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기하위상의 호몰로지와 코호몰로지, 표현론의 캐릭터, 확률론의 모먼트 등을 조합적 구조를 통해 계산하거나 해석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국웅 교수님의 대수위상 수업과 수학특강을 들으며, spanning tree와 같은 구체적인 조합적 대상을 통해
호몰로지와 코호몰로지를 계산하는 과정에 큰 매력을 느꼈고, 그것이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3. 해당 연구 분야에서 특히 매력을 느끼시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학의 많은 대상들은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수적 조합론에서는 이러한 추상적인 대상이 깔끔한 계산을 통해 구체적인 구조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예로는 Grassmannian의 코호몰로지가 이항계수(binomial coefficient)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Gaussian unitary ensemble의 spectral moment가 Catalan number로 표현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각각의 대상 안에 조합적 구조가 숨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우리가 계산을 통해 얻는 숫자는 사실 더 복잡하고 의미 있는 구조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그 구조를 해석해내는 과정이 대수적 조합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4.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장기적인 연구 목표가 있으신가요?
최근에는 매듭 호몰로지와 같은 위상수학적 불변량을 계산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변성수 교수님과 함께 랜덤행렬의 고윳값 분포를 조합론적으로 연구한 결과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다양한 연구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아름다운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5.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나 교육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전문적인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 외에도 학회, 세미나, 다양한 수학적 활동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6. 연구를 진행하시거나 진로를 밟아오시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사 이후 두 번째 PostDoc을 준비하던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원한 자리에서 모두 탈락했고,
마지막 순간에 연세대학교에 자리가 나면서 간신히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컸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스트레스의 핵심은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과 ‘불확실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고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깎아내리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는 평생 평가와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의 변함없는 믿음이 큰 힘이 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상의 행복처럼 연구 외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7. 학창 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순간이 있으신가요?
특정한 사건 하나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평범한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 토론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다니며 보냈던 순간들이 오히려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시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고의 폭이 넓어졌고, 그것이 이후의 삶과 연구에도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8.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우리 사회에는 효율성과 정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수학적 능력이나 성과가 하나의 linear order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poset 구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linear order의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와의 비교 속에서 패배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성과와 능력이 서로 incomparable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스스로를 더 존중하고 자신의 장점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공부에도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그 과정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9.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 또한 이전 세대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글로벌한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로컬한 일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수학을 공부하고, 영어를 배우고, 운동과 예술을 통해 삶의 균형을 가꾸는 기본적인 일들이 결국 우리를 버티게 해 줍니다.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도착지가 반드시 나쁜 곳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해 나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과 연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