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유화종 신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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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유화종 신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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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종 교수님)

 

1  자기소개 및 부임 소감

 

저는 25학년 2학기부터 협약겹무로 수리과학부에서 부임하고 있는 유화종입니다.

2000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입학 후 2004년 졸업, 최전방 28사단에서의 군 생활 등 우여곡절 끝에 2007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UC
버클리에서 현대 정수론의 거장 켄 리벳(Ken Ribet)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룩셈부르크와 포항공대에 있는 IBS-CGP를 거쳐 2018년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부임했습니다. 벌써 7년 반이 흘렀네요.

버클리의 첫 수업이 열리기도 전에 리벳 선생님이 진행하신 세미나를 찾아갔었고, 이후 리벳 선생님께 지속적으로 부탁드린 결과 밑에서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현재 학계에 남아있는 리벳 선생님의 마지막 제자가 저일겁니다.

지난 학기부터 수리과학부와의 협약겸무를 시작하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이전에는 자유전공학부 업무가 주()였다면, 이제는 수리과학부 전공생들을 위한 강의와 후학 양성에 공식적인 책임과 비중을 50:50으로 두게 되었습니다.
모교의 정수론 연구와 교육에 더 깊이 기여할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2. 26년도 이전에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이런저런 수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속이 변경되신 건가요?

 

사실 2018년 임용 당시 수리과학부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자유전공학부로 부임하게 된 '대학교 재수생' 출신입니다(웃음).
하지만 자전에서의 시간은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제 협약겸무를 통해 수리과학부 교수회에 공식 참여하며 학부의 대소사를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측면에서도 매 학기 수리과학부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은 큰 자극이 됩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일종의 '복권' 같다고 하면, 수학적 에너지가 충만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죠.

 

3. 연구 분야 및 해당 분야 선택 계기, 연구의 매력이 있을까요?

 

저는 정수론, 그 중에서도 산술기하(arithmetic geometry)라는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중학생 시절 앤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했다는 소식을 접했으며,
제가 지내던 시골에서 혼자 연습문제를 풀며 경시대회에 시도할 때 정수론이 잘 풀린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학 입학 후에는 대수학 특유의 추상화가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산술기하라는 광활한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의 매력은 깊은 역사성과 끝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 있습니다. 정수론은 평생을 공부해도 이해하지 못할 책이 여전히 많을 만큼 방대합니다.
말하자면 취미생활로 공부할 것이 많다고 할 수 있죠. 매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지만,
신문을 읽듯 매일 조금씩 앎의 영역을 넓혀가는 즐거움이 저를 움직입니다.

 

 

4. 앞으로의 연구 및 교육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일반적인 가정이 무너진 상황에서의 수학을 연구하는데, 이런 연구자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에서는 기약 갈루아 표현(irreducible Galois Representation)를 주로 다루지만,
저는 기약이 아닌(reducible) 갈루아 표현 등을 연구합니다.

이런 연구들은 마치 남극 대륙을 혼자 탐험하는 기분입니다.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은 척박한 곳이지만, 누군가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나아가는 것 같네요.
언젠가는 남극의 끝에 도달해 바다로 나가는 길을 찾고 그런 사람들에게 남극대륙의 원주민처럼 느껴지길 기대합니다.
더 많은 동료와 학생들을 이 미지의 영역으로 초대하고 싶네요.

 

 

5. 연구 및 진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극복 사례가 있을까요?

 

항상 연구하는 건 어렵고, 아직도 극복을 못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전의 경험들을 말하자면, 연구가 막힐 때면 상황을 처음부터 다시 재구성하며 차근차근 복기합니다.
슬럼프라는게 결국 루틴이 안 지켜지는건데, 저는 이럴 때일수록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등 생활의 강직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면 풀던 문제에서 착각한 부분을 알게 되거나, 혹은 정말로 풀리지 않는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공부는 했으니까 활력은 돌았으니 좋은거 아니겠어요?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슬럼프가 오면 온갖 것들을 이유들며 핑계를 만들기 마련인데, 그래서 반드시 해야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른 스케줄을 전혀 잡지 않습니다.
"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나에게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수학자의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6.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한 줄로 말하자면 어떨 것 같나요?

 

제가 라마누잔은 아니라서, 수학이 저를 불렀다고 할 순 없지만, 말하자면 제가 수학을 불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웃겼으면 개그맨이 했을텐데, 수학의 문이 제게는 조금 더 넓었던 것 같습니다. 카테고리를 바꿔서, 제일 재미있는 교수 정도는 비벼볼만 한 것 같아요.(웃음)

 

 

7. 기억에 남는 학창 시절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학창시절엔 선배들과 많이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기억나는 순간은 2002년 월드컵인데, 당시엔 다들 경기 보면서 술마시는 게 일상이었지만 저는 그렇게 축구를 열심히 보진 않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지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8. 25-2학기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주제로 대수학특강 수업을 하셨는데, 추후 비슷한 수업을 진행하실 예정이 있으신가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워낙 방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분야라 수업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완결 짓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특강에서는 학생들이 홀로 공부할 때 마주칠 어려움을 미리 짚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지향했던 것 같네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메이저 꼬임 정리(Mazur torsion theorem)나 랭글랜즈 프로그램 개론 등, 특정 주제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강의를 구성해보고 싶습니다
.

 

 

 

9. IMO 부단장을 맡고 계신걸로 아는데, 어떤 업무가 있나요? 또한 기억나는 일화들이 있으신가요?

 

박종일 교수님과의 연으로 현재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부단장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올림피아드 문제 출제나 채점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성적이나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훌륭한 수학자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오히려 학생들이 재밌게 즐기고, 배워가는 게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전날 밤에도 메달 걱정 대신 피카르 정리(Picard's Theorem) 증명을 논하며 즐거워하는 학생 등 여러 학생이 기억이 남는 것 같네요.
다만 출장 일정이 길고 여름중이라 학회 일정 참여 등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10.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저의 시대와 다르게 최근 AI의 등장 등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제가 공부했던 시절에 수학자가 되는 것과 지금 수학자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전문가에게 워라밸이란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는 세계적인 수학자 중 적당히 노력해서 정점에 오른 사람은 없습니다.
타고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해도 지치지 않는 능력'입니다. 하루에 집중해서 내가 정한 워킹아워만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다면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수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학자로 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길 바랍니다. 대학원 과정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본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암호학이나 금융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탈수학'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상을 보십시오.

 

 

11. 수업 중 재미있는 농담을 많이 던지시는데, 혹시 준비해오시는건가요?

 

개그를 딱히 준비하는 편은 아닙니다. 가끔은 개그를 재탕하기도 하고요. 이번 학사회의 했던 말인데, 2월은 회계마감이라 결재해야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2월은 이월되지 않는다는 개그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학부대학 학장님이 많이 좋아하셨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반응이 좋았던 것들보단 스스로 재밌다고 느낀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12.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위대한 수학자들도 문제 해결의 명예에만 매몰되어 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얼마나 알차게 살아내는가'입니다.

100점 만점인 자리에서 101점을 해내고도 떨어지는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운에 기대지 않으려면 150점을 받을 만큼 노력하면 됩니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내 노력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라고 털어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십시오.
높은 기준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채워가다 보면, 어느덧 여러분도 각자의 분야에서 운 좋은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