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이다빈 신임 교수 인터뷰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수리과학부 부임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9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에 부임한 이다빈입니다.
서울대에 오기 전에는 카이스트(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에서 약 3년간 조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했습니다.
제 주 전공 분야는 최적화 이론과 알고리즘 개발인데, 이 분야가 산업공학뿐만 아니라 응용수학의 핵심적인 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수학과에 오게 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수리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학기부터 수업을 진행하며 수리과학부 학생들을 만나봤는데, 대단히 훌륭하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 앞으로의 연구와 교육 활동이 매우 기대됩니다.
2. 최적화(Optimization)라는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적화는 사실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공학적, 경제적 결정 뒤에 숨어 있는 학문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모델 학습 때문에 더 각광받고 있지만, 전자공학의 통신 회로나 토목공학의 네트워크 설계, 그리고 제가 학부 시절 전공했던 산업공학의 경영 의사결정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죠. 저는 처음 학부 때 '어떻게 하면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경영 과학적 측면에서 최적화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응용 자체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탕이 되는 수학적 이론의 구조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 훨씬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응용 분야에서 시작해 점점 더 수리적인 이론 자체를 깊게 파고드는 연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3. 현재 최적화와 관련하여 교수님이 집중하고 계신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구의 핵심은 다양한 현실 세계의 문제들로부터 파생된 최적화 수리 모델을 정확하고 빠르게 풀어낼 수 있는 '알고리즘 및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알고리즘이 왜 작동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최적의 해를 보장하는지에 대한 수리적인 이론 분석을 수행합니다.
즉, 새로운 최적화 모델이 나왔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리적 토대를 닦고, 그 성능을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제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4. 교육적인 측면에서 수리과학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요즘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이 워낙 화두인데, 이 분야의 밑바닥에는 결국 최적화와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우리 대학 내에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 전기공학 등 관련 학과가 많지만,
수리과학부에서는 조금 더 근본적인, 즉 '수학적으로 왜 그렇게 되는가'를 깊게 다루는 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최적화의 수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어떤 복잡한 시스템을 만나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5. 연구나 교수직을 수행하시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근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도전 과제는 과거에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이산 최적화와 연속 최적화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둘은 성격이 너무 달라서 하나로 합치는 게 굉장히 어렵고 지난 10년간 큰 진전이 없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의 접점을 찾고 통합적인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6. 최적화 연구를 위해 수학 외에 다른 학문들도 공부하시나요?
최적화는 수학의 여러 분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산 최적화에서는 대수기하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연속 최적화에서는 확률론이나 해석학이 기본이 됩니다.
수학 외적으로는 통계학이나 전산 이론을 깊게 공부합니다.
결국 이런 분야들도 깊이 파고들면 다 수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학문들을 분절된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도구 모음으로 보고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7. 학창 시절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 들려주세요.
저는 대학 입시에 국영수 위주로만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에 정보 과목을 거의 공부하지 않고 소홀히 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지금 제가 직업으로 삼아 매일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바로 그 시절 버렸던 알고리즘들이에요.
인생이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요즘도 하곤 합니다.
또 하나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 시절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인데,
단순히 해외 경험을 쌓으러 갔다가 그곳에서 들은 최적화 알고리즘 수업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경영이나 금융 같은 응용 분야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그 수업을 통해 수리 모델과 이론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8. 이번 학기 개설하신 '최적화 알고리즘' 강의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이 과목은 제가 대학원 시절 여러 과목에 걸쳐 배웠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뽑아 한 학기에 녹여낸 강의입니다.
선형계획법을 푸는 Simplex, 실제 현업과 연구에서 널리 쓰이는 ADMM, 그리고 내점법 같은 핵심 알고리즘들을 기초부터 심화까지 다룹니다.
특히 볼록 최적화와 이산 최적화를 통합적으로 다루는데,
이 수업 하나만 제대로 마친다면 학생들이 곧바로 최적화 이론이나 응용 분야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9. 최적화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추가로 더 공부하면 좋은 분야가 있을까요?
이론적인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이론 전산학' 분야의 알고리즘 분석 수업을 추천합니다.
또한 해석학 지식은 알고리즘의 수렴성을 분석할 때 아주 중요하게 쓰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확률적 경사 하강법 같은 것은 확률론적 배경이 필수적이고요.
응용 측면에서는 전기공학의 제어 이론이나 강화학습 관련 수업들이 최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순수 수학적 기초를 단단히 다지면서 이런 주변 학문들을 섭렵한다면 최적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0. AI가 수학을 푸는 시대, 수학 연구의 미래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AI가 실험이나 구현 부분에서는 많은 아이디어를 주지만, 그 아이디어의 '순도'가 아직은 100%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아이디어를 100%의 무결한 이론으로 정제하고 검증하는 것은 결국 높은 수준의 수학적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몫입니다.
오히려 코딩이나 구현의 번거로움은 AI 덕분에 낮아졌으니, 우리 수학도들에게는 자신의 수리적 통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11.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제가 만나본 수리과학부 학생들은 한 분 한 분이 대단히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해 보여서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본인의 재능을 믿고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집중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모두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들이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격려해 드리고 싶습니다.